므누신 美재무 “기업들, 제재 면제 신청을”… 상무부는 꿈쩍 안 해 ‘엇갈린 신호’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부 장관이 자국 기업들에게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와 거래할 수 있도록 면제 신청을 하라고 독려했다는 미 언론 보도가 나왔다. 지난달 30일 일본 오사카(大阪) 미중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화웨이에 대한 일부 제재 완화를 시사한 후 달라진 기류를 보여준 셈이다. 그러나 정작 제재 소관 부처인 상무부는 강력한 제재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도 입장 정리가 안 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0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므누신 장관이 최근 화웨이에 제품을 공급하는 미 기업들에 제재 면제를 신청하라 권유했다고 보도했다. 미 상무부는 지난 5월 화웨이를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자국 기업이 화웨이와 거래하려면 당국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했다. 현재 중국은 무역협상을 위한 선결 조건으로 제재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WSJ은 국가안보 위협을 이유로 통상 부문에서 기업을 제재하는 블랙리스트 지침은 상무부의 권한이라며, 이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 재무부 수장이 나서 직접 기업들에 신호를 보낸 것은 주목할 만하다고 보도했다. 이어 “므누신 장관의 면제 신청 독려로 상무부 측에서는 무역 협상 재개를 위해 수출 제한에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는 압박이 더 커지게 됐다”고 WSJ은 분석했다. 다만 미 재무부는 11일 이 같은 WSJ 보도 내용에 대해 부인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그간 화웨이 규제를 비롯한 중국과의 통상 문제를 두고 대중 온건파인 므누신 장관과 강경파인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은 입장 차를 보여 왔다. 전날도 상무부가 주최한 콘퍼런스에 참석한 로스 장관은 “미국 기업의 화웨이 수출 허용은 안보 우려가 없는 분야에 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제재 면제 신청에서도 거부가 기본인 ‘거부 추정의 원칙’을 적용할 것이며, 화웨이를 블랙리스트에서 제외할 계획도 없다고 못 박았다.
미 의회에서도 강경 기조가 여전하다. 오사카 미중 정상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제재 완화 가능성을 언급하자,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화웨이 제재를 팔아넘긴다면, 의회는 법률로써 그 제재를 원상 복구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척 슈머 민주당 원내대표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왜 다시 중국에 굴복하나”라고 비판하며 화웨이에 대한 미 의회의 초당적인 강경 입장을 드러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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