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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만에… 유승준 입국 길 터준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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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만에… 유승준 입국 길 터준 대법원

입력
2019.07.11 18:19
수정
2019.07.11 21:05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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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인 무기한 입국금지는 과잉금지, 행정절차도 위반”

판결 확정 땐 영사관 비자 재심사… 발급 거부 가능성도

2015년 5월 아프리카TV을 통해 한국 국적 포기에 대해 사과하고 있는 가수 유승준. 아프리카TV 캡처
2015년 5월 아프리카TV을 통해 한국 국적 포기에 대해 사과하고 있는 가수 유승준. 아프리카TV 캡처

군 입대를 선언했다가 한국 국적을 포기해 17년 째 입국이 금지돼 온 가수 유승준(43)씨의 한국행에 그린 라이트가 켜졌다. 대법원이 국내 활동을 위한 비자(사증)발급을 허용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리면서다. 대법원은 유씨 행동이 도덕적 비난을 받을 수는 있지만 더 이상 입국을 제한할 법적 근거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1일 유씨가 주 로스앤젤레스(LA) 한국 총영사관을 상대로 제기한 비자발급 거부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정부 당국이 내린 입국 거부 조치는 절차적으로 문제 있을 뿐 아니라 지나치기까지 하다는 게 대법원의 결론이다.

대법원은 우선 영사관의 비자발급 거부가 행정절차 위반이라 판단했다. 미국 영주권자였던 유씨는 가수로 활동하며 “군대에 가겠다”는 뜻을 여러 번 밝혔다. 그러다 2002년 돌연 한국 국적을 포기했고, 여론이 들끓자 법무부는 병무청장의 입국금지 요청을 받아 유씨의 입국을 금지했다. 대법원이 보기에 유씨의 재외동포 비자 발급을 거부하려면 행정적으로 명확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상급기관의 내부적인 명령이나 지시에 불과한 법무부의 입국금지 조치 하나만 있을 뿐인데 영사관이 더 심사해보지도 않고 발급을 거부한 것은 절차상 잘못됐다는 판단이다.

유승준 입국 금지 17년 일지. 그래픽=박구원 기자
유승준 입국 금지 17년 일지. 그래픽=박구원 기자

이어 입국 금지의 적정성도 문제 삼았다. 유씨는 2015년 9월 LA 총영사관에 재외동포 비자(F-4)를 신청했다. 재외동포법상 병역기피 목적으로 국적을 이탈한 외국국적동포도 체류자격이 부여될 수 있는 만 37세(지난해 만 40세로 개정)를 넘겼기 때문이다. 영사관은 이를 거부했고, 1ㆍ2심 재판부 모두 문제 없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렇게 규정해둔 재외동포법의 취지 자체가 “재외동포 출입국과 체류 문제에서 개방적으로 포용적 태도”를 보이기 위함임을 지적하면서 “재외동포에 대한 기한 없는 입국금지조치는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맥락에서 대법원은 과잉금지의 원칙도 지적했다. 특정인에게 무기한 입국정지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과도하다는 얘기다. 대법원은 “출입국관리법상 외국인이 한국에서 범죄를 저질러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 강제 퇴거되는 경우도 원칙적으로 5년간 입국금지 제한을 받을 뿐”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의 이 같은 판결이 파기환송심을 거쳐 확정되면 영사관은 유씨의 비자발급 신청이 들어오는 대로 다시 심사하게 된다. 유씨 나이가 이미 만 40세가 넘어 개정된 재외동포법에 따르더라도 입국을 제한한 법적 근거는 희박해졌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다만 소송이 최종 확정된 후 주LA총영사관의 비자 발급이 이뤄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영사관이 다른 이유를 들어 비자발급을 계속 거부할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전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하고 병역을 기피한 유씨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여전한데다, 중국 등에서 활동하면서 벌어들인 수익 관련 문제 등을 고려하면 재외동포법 취지를 감안해도 비자발급이 거부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유씨 측 대리인도 "재외동포법 취지뿐만 아니라 다른 고려사항 등도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비자 발급을 확신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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