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자 가족 돌본 헝가리 현지 치과의사 이창준씨
유람선 허블레아니(인어)호가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다뉴브강에 침몰한 지 43일이 지났다. 한국인 관광객 33명 포함, 모두 35명의 탑승자 가운데 생존자는 7명, 사망자는 27명이다. 간단한 산수가 안 맞는 건 1명이 여전히 실종자로 남아 있어서다. 뒤에 터진 대형 사건이 앞에 터진 대형 사건을 가려버리는 ‘다이나믹 코리아’답게 ‘헝가리 유람선 침몰 사건’에 대한 기억도 가물가물해지고 있다.
11일, 그래서 다시 전화를 걸었다. 침몰 사건 당시 헝가리 현지에서 만났던, 생존자와 실종자 가족을 헌신적으로 도운 헝가리에서 일하는 한국인 치과의사 이창준(33)씨다. 침몰 사고 기억마저 가물가물해진 이곳 한국 사정이 부끄럽게도 이씨는 “헝가리에선 아직도 애도 분위기가 강하다”고 전했다.
어떻게 보면 헝가리 입장에서는 피해자 대다수가 외국인인 사건이다. 하지만 사건을 추모하고 희생자들을 애통해 하는 분위기는 여전하다. “매일 아침 일찍 참사 현장에 나와서 시든 조화를 정리하고 새 꽃을 두고 가는 헝가리 할머니도 계시고요, 전혀 모르는 사람들인데도 제가 한국인이란 걸 알면 ‘사고에 대해 참으로 유감(sorry)이다’라는 말씀을 건네주시는 분들도 많아요.”
참사에 대한 공감은 작은 불편도 감내하게 한다. 침몰 사건 초기, 매일 매일 실종자 가족을 챙기느라 정작 본업인 진료엔 손도 대지 못했다. 불편했을 법도 한데 진료를 예약한 환자들 모두 “이해한다”고 흔쾌히 모든 걸 양보했다. 실종자 가족을 전담한 현지 의료진들 또한 퇴근 후에도 이씨에게 수시로 연락해서 가족들에게 필요한 건 뭔지, 더 도울 것은 없는지 묻곤 했다. 헝가리 당국의 사고 대응도 지난 9년간 이씨가 봐왔던 것과 완전히 달라 보일 정도로 신속했다.
그 땐 모든 게 급했다. 실종자 가족 중에는 경황없이 출국하다 보니 처방전 없이 약만 들고 온 이들도 많았다. 이씨는 한국에다 SOS를 쳤다. 사진만 찍어 보내면 한국에 있는 약사, 의사 친구들이 어떤 약인지 설명했고, 이씨는 거기에 걸맞는 약을 구했다. 이씨는 “그 때 언론과 인터뷰하긴 했는데 내가 무슨 소리를 했는 지도 잘 모를 지경이었다”며 웃었다. 한의사 조창인(53)씨에게도 특별히 고맙다 했다. 선교 여행 중이었는데 사고 소식을 듣자마자 곧바로 헝가리로 들어와 실종자들 숙소에서 군말없이 진료 봉사활동을 했다.
사건이 어느 정도 정리된 지금은 사정이 좀 낫다. 하지만 이씨는 여전히 ‘출동 대기’ 상태다. 1명의 실종자는 여전히 남아 있고, 그 가족 또한 여전히 헝가리에 머물고 있다. 절망에 빠진 그들이 부른다면, 바로 달려가야 한다.
이씨는 자신의 노력보다 마지막 실종자에 대한 관심이 더 중요하다 했다. “사고 소식에 허겁지겁 헝가리에 들어와 단 한 순간도 긴장을 놓을 수 없었던 가족들입니다. 실종자가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희망과 절망 사이를 오가면서 감정을 다스리기 어려운 상황에 내몰린 분들이예요. 마지막 한 분을 찾아낼 때까지 한국에서도 함께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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