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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이란, 영국 상선 나포 시도” 이란 “만난 적도 없다”

입력
2019.07.11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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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해군의 몬트로즈함. 로이터 연합뉴스
영국 해군의 몬트로즈함. 로이터 연합뉴스

이란 혁명수비대(IRCG)가 영국 유조선 나포를 시도했다고 영국 정부가 발표했다. 영국령 지브롤터 자치정부가 이란 유조선을 억류한 지 6일 만이다. 이란 측은 이를 즉각 부인하고 나섰지만, 이란에 대한 미국의 경제 제재로 형성된 갈등 전선이 미국 동맹국들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AP통신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11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이란 국적 선박 세 척이 국제법을 어기고 영국 상선의 항해를 가로막으려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며 “우리는 이번 행동에 우려를 표하고 이란 당국에 이 지역(페르시아만)에서 긴장을 완화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전날 CNN방송과 로이터통신은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미 정부 관료를 인용해 “이란 혁명수비대 선박 다섯 척이 페르시아만에서 영국 유조선을 나포하려 했지만 실패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란의 무장 선박들은 전날 호르무즈 해협 북쪽 입구를 지나던 영국 유조선 브리티시 헤리티지호에 접근해 “항로를 변경하고 인근 이란 영해에 정박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브리티시 헤리티지호는 영국 해군의 소형 구축함 몬트로즈함의 호위를 받고 있었다. 몬트로즈함은 이란 선박과 유조선 사이에 끼어들어 30㎜짜리 함포를 이란 측에 겨누고 무선을 통해 구두 경고를 날렸다. 그러자 이란 선박은 별다른 저항 움직임 없이 즉각 물러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모습은 당시 상공을 비행하던 미국 유인 정찰기에 촬영됐다.

4일 대서양과 지중해를 잇는 지브롤터해협에서 영국에 의해 나포된 이란 유조선 그레이스 1호. 영국은 이 유조선이 시리아로 향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지브롤터=EPA 연합뉴스
4일 대서양과 지중해를 잇는 지브롤터해협에서 영국에 의해 나포된 이란 유조선 그레이스 1호. 영국은 이 유조선이 시리아로 향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지브롤터=EPA 연합뉴스

보도가 나온 뒤 이란 측은 외국 선박과 만난 적 자체가 없다며 즉각 반발했다. 이란 반관영 파르스통신에 따르면 이란 혁명군 해군은 이날 성명에서 “지난 24시간 동안 외국 선박, 특히 영국 선박과의 접촉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만약 외국 선박을 붙잡으라는 지시를 받았더라면 즉시 작전을 수행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란의 이번 나포 시도는 자국 유조선 억류에 대한 보복 조치로 풀이된다. 앞서 영국령 지브롤터 자치정부는 지난 4일 영국 해병대의 도움을 받아 이란의 ‘그레이스 1호’를 억류했다. 유럽연합(EU)의 대(對)시리아 제재를 어기고 이란산 원유를 시리아로 옮기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자 모흐센 라자에이 이란 국정조정위원회 사무총장은 지난 5일 트위터에 "영국이 이란 유조선을 풀어주지 않는다면 영국 유조선을 억류하는 것이 (이란) 당국의 의무"라고 썼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역시 전날 내각회의에서 “영국이 이 같은 (이란 유조선 나포의) 결과를 보게 될 것”이라며 보복 조치를 시사했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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