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월평균 증가폭 20만7000명 중 고령층이 99% 수준
늘어난 절반이 ‘세금 알바’ … 사실상 여전히 고용참사
올해 상반기(1~6월) 월평균 취업자수 증가폭이 20만명을 넘어섰다. 10만명에도 못 미쳤던 작년의 2배 이상이어서 정부는 고용 회복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하지만 일자리 증가의 내용을 뜯어보면 허망하기 그지 없다. 65세 이상 고령층의 일자리 증가폭이 상반기 전체 일자리 증가 규모의 99% 수준이다. 특히 이들 일자리의 대부분은 정부가 예산으로 만든 휴지줍기 같은 노인용 단기사업이거나 생계형 농사 또는 1인 창업이었다. 일자리 증가의 질(質)로 보자면 여전히 ‘고용참사’ 상태라는 평가가 나온다.
◇늘어난 일자리 절반은 정부의 ‘노인 일자리’
14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6월 월평균 취업자 증가 숫자(전년 동기 대비)는 20만7,00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월평균 9만7,000명에 그쳤던 취업자 증가 숫자가 외형상 2배 이상인 20만명대를 회복한 것이다.
하지만 증가한 수치의 내용을 들여다 보면 평가는 달라진다. 상반기 15~64세 비(非)노인 취업자는 고작 1,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65세 이상 취업자는 20만6,000명 증가하며 전체 취업자 증가 규모의 99% 이상을 차지했다. 물론 15~64세 취업자가 4만8,000명 감소했던 작년보다는 사정이 나아졌지만, 올해 고용이 개선됐다고 말하기는 분명 어려운 수치다. 인구증감 요인을 고려한 상반기 고용률(전체 인구 대비 취업자 비중)도 15~64세(66.5%)는 1년 전과 동일했지만, 65세 이상(31.5%)은 1.5%포인트 상승했다.
고령층에서 늘어난 일자리의 질은 한계가 뚜렷하다. 올해 1~5월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원자료(마이크로데이터ㆍ6월 자료는 미공표)에 따르면, 이 기간 △보건ㆍ사회복지 서비스업(+4만9,000명) △공공행정(+4만1,000명)에서 65세 이상 임시직(계약 1개월~1년 미만) 일자리가 약 9만개 늘었다. 올해 정부는 도로변 쓰레기 줍기, 노노(老老)케어 등 월 보수 27만원의 이른바 ‘노인 일자리’를 10만개(작년 51만→올해 61만개) 확대했는데, 이 일자리가 지표에 대거 반영된 것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보건이나 공공행정에 속하지 않는 박물관 해설사 등까지 포함하면 (65세 이상에서 늘어난 일자리 중) 약 10만개는 정부의 노인 일자리 사업 덕분”이라고 말했다. 결국 상반기 늘어난 일자리의 절반은 정부 예산으로 만든 노인 일자리인 셈이다.
◇나머지 고령층 일자리도 대부분 ‘생계형’
나머지 약 10만개 일자리도 ‘생계형’에 가깝다. 먼저 1~5월 65세 이상 농림어업 취업자는 약 2만9,000명 늘었다. 이중 약 90%(2만6,000명)는 ‘1인 자영업자(1만명)+무급가족종사자(1만6,000명)’이었다. 이는 노부부가 실직ㆍ은퇴 후 귀농해 함께 농사를 지으며 ‘자영업자(가구주) 1명+무급가족종사자(배우자) 1명’으로 분류되거나, 도시민이 실직 후 농촌의 집안일을 도우며 ‘무급가족종사자 1명’으로 잡힌 경우로 보인다. 보수를 받지 않고 일주일에 18시간 이상 가족 일을 돕는 무급가족종사자도 통계상 취업자로 분류된다.
고령층의 생계형 1인 창업도 취업자 수를 늘렸다. 1~5월 65세 이상 1인 자영업자(농림어업 제외)는 약 4만4,000명 증가했다. 40대(-3만8,000명) 50대(-4만2,000명)에선 1인 자영업자가 크게 줄었는데, 고령층에선 대폭 늘어난 것이다. 특히 △도ㆍ소매(+1만6,000명, 편의점ㆍ마트 등) △건설(+1만명) △운수ㆍ창고(+1만명) △음식ㆍ숙박(+3,100명) 등에서 많이 늘었다. 통계상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직원을 두지 않고 굴삭기나 덤프트럭을 운전하는 건설업 종사자나 화물차 운송업자는 1인 자영업자로 잡힌다. 통계청 관계자는 “은퇴 후 재취업이 쉽지 않다 보니 결국 선택지는 노인 일자리 아니면 자영업뿐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고령층을 중심으로 요양보호사, 간병인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는 점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1~5월 보건ㆍ사회복지 서비스업에서 상용직(계약 1년 이상)으로 취업한 65세 이상 고령층은 1만4,000명이나 된다. 다만 요양보호사 자격시험을 주관하는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관계자는 “최근 5년간 고령층 응시자가 추세적으로 늘어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늘어난 일자리가 대부분 고령자 몫이라는 점은 민간의 고용 창출 역량이 상당부분 훼손됐다는 의미”라며 “게다가 최근 일자리가 초단시간 중심으로 늘고 있어 ‘워킹푸어(노동빈곤층)’ 문제도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물론 고령층 중심의 취업자 증가세를 ‘좋다’고 얘기할 순 없지만, 최근 40대를 제외한 대다수 연령대의 고용률이 높아지고 있어 작년보다는 확실히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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