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야구단 유승안(63) 감독은 팀의 해단에 대해 “굉장히 아쉽다. 하지만 그간 경찰 야구단이 한국 야구계에 남긴 업적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찰야구단은 2005년 창단돼 이듬해 퓨처스리그(2군)에 참여했고, 유 감독은 2009년부터 11년째 경찰야구단 사령탑을 맡아왔다. 경찰야구단은 8월 12일 11기 선수 20명이 제대하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유 감독은 재임 기간 내내 선수들에게 ‘멘탈’을 강조했다고 했다. 10일 충남 서산시 한화 이글스 2군 경기장에서 만난 유 감독은 “야구는 멘탈 게임이지 힘으로 하는 스포츠가 아니다”라며 “투수와 타자 중 누가 이기느냐는 ‘누구 심장이 더 크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했다. 승부 근성도 강조했다. 유 감독은 “타 구단은 ‘육성’을 목표로 했지만 경찰야구단은 ‘육성과 승부’를 동시에 추구한다”면서 “타자는 매 타석, 투수는 매 투구 절체절명의 순간이라 생각하고 경기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자신의 야구 철학과도 일맥상통한다. 그는 “’지면서도 배운다’는 말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겨야 배운다’는 야구 철학을 갖고 있다”면서 “선수들에게 ‘승부에 집착하라’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창단 후 14년간 경찰야구단을 거쳐 간 선수가 230여명이고, 이 가운데 130여명은 KBO 1군에서 활약했거나 활약 중이다. 그 가운데 전준우(33ㆍ롯데)를 가장 기억에 남는 선수로 꼽았다. 유 감독은 “(전)준우는 특별한 리더십을 갖고 있다”면서 “부드럽지만 강한 카리스마다. ‘후배들이 참 좋아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라고 말했다. 또 “양의지(NC)나 허경민(두산), 최형우(KIA) 등은 경찰야구단에서 실력이 일취월장한 선수들”이라며 “일일이 열거 못하지만 경찰 야구단을 거쳐 간 모든 선수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싶다”며 웃었다.
공식 경기는 끝났지만, 선수들은 전역할 때까지 약 한 달 정도 시간이 남았다. 전역을 앞두고 휴식을 취할 만도 한데, 유 감독은 향후 일정에 대해 “선수들은 경기가 없어도 쉬지 않는다. 남은 기간에도 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 감독은 “선수 중에는 전역 후 1군에 즉시 투입될 전력이 있다”면서 “1군에서 바로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철저하게 준비해서 내보낼 것”이라고 했다. 개인 계획도 내비쳤다. 유 감독은 “아직 구체적으로 거취가 정해진 것은 아니다”라면서 “다만, 야구계에 계속 있고 싶다.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어떤 형태로든 야구 발전에 도움이 되고 싶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뜻대로 될지는 모르겠지만, 해설 분야에 도전해 보고 싶다”라며 웃었다.
서산=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