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의 수출심사 강화 이유로 “안전보장을 위한 수출관리 제도의 적절한 운용” 필요성을 거듭 주장하고 있다. 일본 관방 부장관은 11일에도 “세계무역기구(WTO)가 인정하는 수출관리 제도”를 거론하며 이 기준에 비추어 “적절한 수출관리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우려할 만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말을 반복했다. 이를 뒷받침하려는 듯 전날 일본의 한 보수 방송에는 최근 4년간 한국의 전략물자 대외 유출이 156건이라는 보도까지 나왔다.
안보상 이유로 수출입을 제한할 수 있는 전략물자의 승인받지 않은 대북 유출은 경계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불법 수출을 원천 봉쇄할 방법이 없어 각 국은 감시 감독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한다. 일본 정부가 파악하는 “우려할 만한 사례”가 우리 당국에 적발된 경우를 뜻한다면 일본의 의심과는 반대로 이 같은 감시 체제가 잘 작동하고 있다고 해석하는 게 맞다. 일본 논리대로라면 미국도 매년 유사한 적발 사례를 공개하는 만큼 미국에 대한 수출 규제도 검토해야 마땅하다. 일본에서 확인된 불법적인 대북 수출 사례에 대해선 어떻게 변명할 셈인가.
게다가 이 방송은 한국에서 이미 공개된 자료를 뒤늦게 끄집어내 얼토당토않게도 해당 물자에 “김정남 암살 당시 사용된 신경가스 VX 원료”와 독성이 강한 사린가스를 만들 수 있는 불화수소가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사린가스는 옴진리교 테러 때 사용된 독가스로 일본인에게는 심각한 트라우마다. 일본에서 수입된 불화수소가 3국을 거쳐 북한으로 넘어갔다는 어떠한 증거도 없는 상태에서 한국이 뭔가 큰 잘못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 주는, 정부 장단에 맞춘 선동에 가깝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관방장관은 수출 규제 발표 직후 한국 정부가 징용 문제와 관련, “G20 정상회의까지 만족하는 해법을 제시하지 않아 신뢰관계를 심각하게 손상시켰다”며 이 같은 “신뢰 관계하에 수출 관리에 임하는 것이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징용 문제에 대한 대항 조치가 아니다”며 모순적인 이유를 둘러대기 급급했다. 일본은 자가당착의 논리로 외교 갈등에 경제 문제를 끌어들이는 행태를 즉각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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