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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엠네스티 “성소수자 짓밟는 군형법, 사회 전체에 악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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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엠네스티 “성소수자 짓밟는 군형법, 사회 전체에 악영향”

입력
2019.07.11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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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형법 제92조의6 폐지 촉구 

1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제앰네스티 보고서 ‘침묵 속의 복무-한국 군대의 LGBTI(성소수자)’ 발간 기자회견에서 로젠 라이프 국제엠네스티 동아시아지역사무소 조사국장이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제앰네스티 보고서 ‘침묵 속의 복무-한국 군대의 LGBTI(성소수자)’ 발간 기자회견에서 로젠 라이프 국제엠네스티 동아시아지역사무소 조사국장이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육군 간부로 근무한 김여준(가명)씨는 육군중앙수사단이 대대적인 동성애자 색출 조사를 벌였던 2017년 3월 수사단으로부터 강압적인 수사를 받았다. 조사실로 김씨를 부른 수사관들은 “직접 얼굴을 보고 대화하라”며 연인 관계였다가 1년 전 헤어진 동료와 영상통화를 하도록 강요했다.

김씨가 연인 사이였던 사실을 인정하자 수사관들은 구체적인 성관계 방법을 묻는 인권침해적인 질문을 쏟아냈다. 김씨는 남성 군인간 성관계를 금지한 군형법 제92조의 6을 위반한 혐의로 입건돼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국제앰네스티는 11일 한국 군대 내 성소수자(LGBTI) 인권 침해 사례와 정부, 국회에 전달할 권고사항을 담은 보고서 ‘침묵 속의 복무-한국 군대의 LGBTI’를 발표했다. 김씨가 당한 인권침해는 보고서의 핵심 사례 중 하나다.

국제앰네스티는 2017년 육군의 성소수자 색출 사건이 불거지자 이듬해 6, 7월과 올해 5월 조사팀을 한국에 파견해 현장 조사를 벌였다. 현역 군인, 전역자, 예비 입영자 21명을 포함해 군사법원, 국방부, 국가인권위원회 관계자들을 상대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심층 연구를 바탕으로 국제앰네스티는 정부와 국회에 전달할 주요 권고 사항을 확정했다. △군형법 제92조의 6 폐지 △성소수자 인권을 침해한 범죄자 재판 회부 △동성 군인의 합의에 의한 성관계에 대한 조사ㆍ구금ㆍ기소 중단 △동성 간 성적 행위ㆍ성적 지향ㆍ성별정체성을 근거로 한 판결ㆍ기소 등의 기록 삭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등이다.

11일 국제앰네스티 '침묵 속의 복무-한국 군대의 LGBTI' 보고서 발간 기자회견에서 앰네스티 관계자들이 '군형법 제92조의 6'이 적힌 현수막을 찢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현주 기자
11일 국제앰네스티 '침묵 속의 복무-한국 군대의 LGBTI' 보고서 발간 기자회견에서 앰네스티 관계자들이 '군형법 제92조의 6'이 적힌 현수막을 찢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현주 기자

이날 보고서 발표를 위한 기자회견에 참석한 로젠 라이프 국제앰네스티 동아시아사무소 조사국장은 “동성 간 성적 행위를 범죄화하는 것은 수많은 성소수자 군인들의 삶을 파괴하며 사회 전체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 군대는 군인의 성적지향이 군 복무 수행능력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앰네스티는 이 보고서를 전 세계에 동시 발간하고 군형법 92조의 6 폐지를 촉구하는 탄원 운동을 세계 곳곳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각국 지부 탄원서는 해당 국가 한국대사관에도 전달된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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