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경찰청장과 베프” 발언은 허위로 결론
경찰이 2015년 황하나(31)씨 마약 사건을 ‘뇌물 받은 경찰관의 부실수사’로 결론지었다. 남양유업이나 경찰 고위층 등의 외압은 근거 없다는 판단이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황씨 사건을 맡았던 박모(47)경위를 직무유기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11일 밝혔다.
2015년 종로서 지능팀에서 있던 박 경위는 그 해 9월 박모(37)씨로부터 “애인 A씨가 마약을 했는데, 애인은 놔두고 애인에게 마약을 판 사람을 강력하게 처벌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500만원을 받았다. 용역회사를 운영하고 있던 박씨는 또 다른 운영자 류모(46)씨와 함께 평소 박 경위에게 공을 들여놨다. 박 경위로부터 이런저런 용역 일을 알선받고 그 대가로 3,000만원을 쥐어주는 등 거래 관계를 유지해왔다. 박씨는 이 관계를 믿고 청탁을 넣었다.
보통 마약 관련 첩보는 강력계나 마약계로 넘기는데 박 경위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첩보에 따르면 투약자 가운데 재벌가 아이도 있다 하니 내가 수사해 실적을 올리겠다”는 논리로 상부를 설득했다. 물론 박 경위의 목표는 박씨에게 청탁받은 대로 A씨에게 마약을 팔았다는 대학생 조모씨만 붙잡고, 조씨에게서 마약을 받아간 A씨와 황씨 등 7명에 대한 수사는 무산시키는 것이었다.
실제 2015년 10월 수사에 착수한 박 경위는 조씨를 재빨리 구속했다. 하지만 조씨에게서 마약을 받아간 투약자 7명에 대한 수사는 질질 끌었다. 2년 가까이 지난 2017년 6월쯤에야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황씨 때문이 아니라, ‘애인은 봐달라’는 박씨의 부탁 때문에 황씨를 비롯한 마약 투약 혐의자 전원을 일괄 무혐의 처리했다는 얘기다.
경찰은 외압 의혹도 추적했다. 황씨가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인데다 "우리 삼촌과 아빠가 경찰청장이랑 베프(베스트 프렌드)다. 남대문경찰서에서 제일 높은 사람과 만나고 왔다"고 자랑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찰은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황씨 가족 등의 휴대폰 통화기록 등을 분석했으나 수사청탁에 관련된 내용은 없었을뿐더러 황씨도 “친구에게 과시하려 거짓말했다”고 진술했다.
박 경위 등은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그간의 돈 거래에 대해서도 “빌려준 돈”이라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의 구속영장을 검찰이 두 차례 반려, 박 경위 등은 불구속 상태다.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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