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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메뉴가 될 수 있다”… 한 미식가의 섬뜩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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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메뉴가 될 수 있다”… 한 미식가의 섬뜩 경고

입력
2019.07.11 15:52
수정
2019.07.11 19:19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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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정의 운동’을 펼치고 있는 농업생태학자 에릭 홀트 히메네스는 오늘날 세계의 먹거리 체계는 자본주의의 이윤 창출 도구로 전락했다고 성토한다. 푸드퍼스트 홈페이지 캡처
‘먹거리 정의 운동’을 펼치고 있는 농업생태학자 에릭 홀트 히메네스는 오늘날 세계의 먹거리 체계는 자본주의의 이윤 창출 도구로 전락했다고 성토한다. 푸드퍼스트 홈페이지 캡처

먹거리도 양극화 시대다. 지구 한편에선 과잉생산으로 소작 농부들이 파산한다. 비만은 전 세계적인 질병이 됐다. 다른 한편에선 10억명의 사람들이 굶주림에 허덕이고 있다. 왜 세계의 먹거리 체계는 이토록 기형적일까. 40년 넘게 중앙아메리카의 농민운동을 연구하고 먹거리운동을 전개해온 농업생태학자 에릭 홀트-히메네스는 먹거리 체계를 지배하는 배후로 ‘자본주의’를 지목한다. 책은 인간 생존에 필요한 먹거리가 이윤의 도구로 전락하게 된 역사를 되짚으며 정당한 먹거리 체계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한다.

인간은 품위 있는 생존과 건강, 질 좋은 삶을 보장받기 위해 음식을 챙겨 먹는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관심사는 오로지 돈이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부를 창출하고, 이윤을 획득할 지에만 골몰한다. 우리가 무얼, 어떻게 먹을지는 자본가들이 셈하는 돈의 논리에 따라 결정된다.

‘먹거리 정의 운동’을 펼치고 있는 농업생태학자 에릭 홀트 히메네스는 1970년대부터 멕시코와 중남미에서 농민들과 함께 지속가능 한 농업에 대해 연구해오고 있다. 푸드퍼스트 홈페이지 캡처
‘먹거리 정의 운동’을 펼치고 있는 농업생태학자 에릭 홀트 히메네스는 1970년대부터 멕시코와 중남미에서 농민들과 함께 지속가능 한 농업에 대해 연구해오고 있다. 푸드퍼스트 홈페이지 캡처

비만은 과연 개인 차원의 문제일까. 아니다. 음식을 선택하는 환경이 변한 탓이다. 1980년대부터 미국에선 비만이 급속히 증가했다. 그 당시 벌어진 ‘주주가치’ 운동으로 수익 창출 압박에 시달린 식품 회사들은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이익을 내기 위해 과잉 생산에 돌입한다. 먹거리의 값은 싸졌고, 패스트푸드 레스토랑이 증가했다. 식당들은 자극적인 한끼 음식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값싸고 칼로리 높은 음식은 저소득층, 개발도상국에 빠르게 퍼져나갔다. 식품 회사들이 과식을 부추긴 결과가 인류의 비만이었던 셈이다. 먹거리의 저주다.

한 미식가의 자본주의 가이드

에릭 홀트-히메네스 지음ㆍ박형신 옮김

한울엠플러스 발행ㆍ400쪽ㆍ3만9,000원

하지만 먹거리 운동가들조차 먹거리와 자본주의를 연관시키려 들지 않는다. 그들은 동물복지, GMO(유전자변형농산물) 표시 등 당면한 문제를 다루는데 만 급급하다. 저자는 가장자리 주변을 땜질하는 것으로는 구조적 변화를 가져올 수 없다고 꼬집는다. 그래서 질 좋고 건강한 먹거리를 추구하는 미식가들에게 제안한다. 우리의 먹거리 체계를 자본주의에서 구출하기 위해 다 같이 정치 운동에 동참하자고 말이다. 먹거리 정의는 환경ㆍ사회운동 단체와 전략적 동맹을 구축해 사회 체제 전반을 개선할 때 달성할 수 있다. “당신이 메뉴를 정하지 않으면, 당신이 메뉴가 될지 모른다.” 저자의 섬뜩한 경고를 잊지 말자.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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