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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아름다웠던 청년’ 유승준, 왜 17년간 한국땅 못 밟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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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아름다웠던 청년’ 유승준, 왜 17년간 한국땅 못 밟았나

입력
2019.07.11 11:34
수정
2019.07.11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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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 기피 미국시민권 취득…법무부 비자발급 거부에 소송 내 3심서 승소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제는 스티브 유라는 미국식 이름이 더 친숙한 가수 유승준씨는 과거 ‘아름다운 청년’이라 불리며 온 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인물이다. 1990년대 말 가수로 데뷔하자마자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그는 2002년 1월 미국 시민권 취득 절차를 밟은 것으로 드러나자 ‘병역 기피용’이라는 비난을 온몸에 받았다. 인기가 절정이던 시점 “군 복무를 반드시 하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하던 유씨를 향한 국민들의 배신감은 어마어마했다.

유씨를 향한 비난이 거세지면서 당시 미국에 머무르던 그가 다시 한국에 들어오려고 하자 법무부는 “국익과 공공의 안전을 해칠 수 있다”면서 입국을 금지했을 정도다. 그로부터 17년째 유씨는 국내 입국이 금지된 상태였지만 11일 대법원이 그에 대한 비자발급 거부를 ‘위법’이라고 결정하면서 한국으로 올 수 있는 길이 마침내 열렸다.

◇”군대 꼭 간다”… 평소 발언이 배신감 키워

유씨는 2002년 1월 18일 미국 LA의 한 법원에서 시민권 취득선서를 하고 현지 한국총영사관에 국적 포기를 알렸다. 미국 시민권자는 병역 의무가 자동 소멸되고, 한국에서 가수 활동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6개월 취업비자를 받아 이를 갱신해야 한다.

유씨의 ‘국적 포기’ 소식이 알려지자 여론은 들끓었다. 미국 영주권자였던 그는 평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병역 의무를 다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유씨는 2001년 디스크 수술을 받아 신체검사에서 4급 판정을 받은 후에도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 의사를 밝혔었다. 입대를 앞두고 이례적으로 법무부 장관의 ‘귀국 보증제도’로 일본에서 콘서트도 열었다. 그러나 “가족을 만나고 오겠다”고 미국으로 떠난 유씨는 돌연 미국 시민권 취득 절차를 밟았고, 후폭풍은 엄청났다. 유씨를 광고 모델로 기용했던 기업은 당장 광고 송출을 중단했고, 보건복지부는 그를 금연홍보대사에서 해촉했다.

논란 당시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머무르던 유씨는 MBC 인터뷰에서 “가족들이 모두 미국에 살고 있고 해외에서 가수 활동을 하고 싶은 생각에서 2년 전 미국 시민권을 신청했다”고 했다. 또 “다시 이런 선택의 기회가 오더라도 결국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면서 “팬들의 용서를 전제로 한국에서 계속 활동하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병역기피 ‘괘씸죄’로 공항서 쫓겨나

한국 국적을 포기한 유씨에 대한 국민적 분노는 그의 ‘추방’으로 이어졌다. 병역을 회피했다는 지탄 속에 국내 입국을 금지 당하는 수모까지 겪었다. 유씨는 “모든 것을 설명하겠다”면서 2002년 2월 2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지만 법무부에 의해 입국을 거부당했다. 유씨는 인천공항 경유 승객 대기장소에 머물다가 6시간 만에 다시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어야 했다.

유씨의 입국 거부는 병무청 요청으로 이뤄졌다. 병무청은 2002년 1월 법무국 출입국관리국 입국심사과에 “병역의무대상자인 유씨가 공연 목적으로 출국해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것은 국내 병역법을 악용한 고의적인 병역의무 회피”라며 “국내에서 영리활동을 해서는 안되며 만약 이를 막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입국을 금지해달라”는 내용의 협조요청서를 보냈다. 병무청이 이 같은 요청서를 법무부에 보낸 것은 처음이었다.

법무부 출입관리국과 법무실은 유씨가 인천행 비행기에 탑승한 사실을 확인한 후 긴급회의를 열었고, 결국 출입국 규제대상자 명단에 그의 이름을 올렸다. 유씨 입국 거부 조치에 대해서는 법무부의 인터넷 홈페이지가 한때 다운될 정도로 찬반 양론이 뜨겁게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국가인권위원회도 2003년 7월 전원위원회를 열어 유씨의 국내 복귀 진정사건과 관련, 법무부의 유씨 입국 금지 조치는 인권침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기각’ 처리했다.

입국이 거부된 지 1년 4개월 만에 약혼녀 부친상으로 일시적으로 한국땅을 밟은 유씨는 자신의 입국 반대 여론에 대해 “마땅히 받아야 할 지탄이라고 생각한다”며 “마음이 무겁다”고 대답했다. 논란이 돼온 병역기피에 대해서는 “최선의 방법은 아니었으며 경솔한 판단이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문상 후 다시 미국으로 돌아갔고, 다시 돌아올 수 없었다.

◇3심에서 ‘드라마’같은 반전… 입국 길 열려

아프리카TV 캡처
아프리카TV 캡처

이후 중국 등지에서 가수와 배우로 활동하던 유씨는 2015년 9월 입국을 위해 LA 총영사관에 재외동포 비자를 신청했다가 거부당하자 국내 법무법인을 통해 소송을 냈다. 그는 "재외동포는 입국금지 대상자 심사 대상이 아니며, 재외동포 체류자격 거부 사유에도 해당하지 않아 비자 발급 거절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같은 해 5월에는 인터넷방송 아프리카TV를 통해 “아들에게 떳떳한 아버지가 되기 위해 입국하고 싶다”며 무릎을 꿇고 사과하기도 했다.

1심은 “재외동포법 상 병역기피 목적으로 외국 국적을 취득하거나, 대한민국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으면 재외동포 체류자격 부여가 거부된다”며 유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 역시 “유씨에게 입국금지 명령이 내려져 있었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자발급 거부에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다”며 1심 판결을 유지했다.

그러나 이날 대법원은 “‘주LA 총영사는 법무부 장관의 입국금지결정에 구속된다’는 이유로 유씨의 사증발급 거부처분이 적법하다고 본 원심 판단이 잘못되었다고 본다”며 “원고의 상고를 인용하고 파기환송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17년 만에 그가 한국땅을 다시 밟을 가능성이 열렸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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