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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최고 댄스가수… 병역 기피 ‘배반의 아이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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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최고 댄스가수… 병역 기피 ‘배반의 아이콘’

입력
2019.07.11 11:54
수정
2019.07.11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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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만에 한국 입국 길 열린 유승준

왕성하게 활동하던 시절의 유승준. 한국일보 자료사진
왕성하게 활동하던 시절의 유승준. 한국일보 자료사진

1990년대 후반 국내 최고의 댄스 가수로 활동했다가 병역 기피로 입국이 17년 동안 거부됐던 유승준이 11일 대법원의 판결로 국내 복귀의 길이 열렸다. 하지만 국민 가수급 인기를 끌다 ‘국민 역적’으로 전락했던 유승준이 국내 대중의 마음을 사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유승준은 1997년 ‘가위’로 데뷔한 뒤 큰 인기를 모았다. 화려한 외모와 춤 실력으로 팬들을 사로잡았다. 노래 ‘나나나’와 ‘열정’ ‘비전’ ‘연가’ ‘와우’ 등이 잇달아 히트하며 정상급 가수로 자리잡았다. 지상파 방송 음악프로그램에서 47회 1위를 차지했다. 재미동포 출신임에도 연예계에 진출하자마자 특유의 사교력을 발휘해 마당발 연예인이 됐다. 유재석 김용만 박명수 박경림 등 당대 정상급 스타와 교유하며 활동 폭을 넓혔다.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톱스타답지 않게 소탈한 면모를 선보여 대중의 큰 호감을 사기도 했다.

미국과 한국 이중 국적 소지자로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군대를 가지 않아도 됐으나 여러 방송 프로그램에 나와서 “대한민국 남자라면 군대를 가야 한다”고 밝혀 소신 있는 ‘아름다운 청년’으로 불리기도 했다. 노래와 댄스로 인기를 모았지만, 바른 청년 이미지도 그의 활동에 날개를 달아줬다는 분석이 당시 나왔다. 당시 병무청이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게 될 유승준이 복무 기간 연예 활동을 병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배려를 해줬다.

하지만 2001년 유승준은 ‘배반의 아이콘’으로 대중의 뇌리에 각인됐다. 병무청 신체검사 결과 4급(사회복무요원) 판정을 받은 후 2002년 1월 해외 공연을 이유로 출국했다. 당시 복무대상자로 지정된 유승준은 지인의 보증을 받아 해외로 나갔다. 그는 2002년 1월 미국에서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시민권을 얻어 병역 대상에서 제외됐다. 유승준은 “제대하면 서른이 되고, 댄스 가수로서 생명이 끝난다”며 “가족과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병무청은 유승준의 이 같은 행동을 병역 기피로 간주하고 17년 넘게 입국을 금지해 왔다.

유승준. 한국일보 자료사진
유승준. 한국일보 자료사진

유승준은 입국을 위해 법정에 자신의 입장을 호소하는 한편 중국을 중심으로 배우 활동을 이어왔다. 영화 ‘대병소장’(2009)과 ‘몽키킹 제로’(2015) 등에 출연했다. 당초 한국에서 활동하지 않겠다고 공언하다가 2012년 이후부터 국내 무대 복귀를 위한 노력을 지속해 왔다. 미국 세법 강화에 따라 중국 활동이 어려워진 시점에서 국내 복귀를 타진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2015년엔 국내 온라인 생방송에 출연해 무릎 꿇고 고개를 숙이며 속죄를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방송을 마친 후 마이크가 꺼진 줄도 모르고 욕설을 섞어 “이렇게까지 해야 하냐” 등의 불만을 스태프에게 표출해 비난을 샀다. 지난해 11월 미니앨범 ‘어나더 데이’를 국내에 선보이려다 무산됐다가 올해 1월 발표에 성공했다.

유승준은 조국인 한국 방문의 순수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연예계는 국내 입국이 허용되면 본격적으로 연예활동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입국 불허 전까지 국내 톱스타로 활동한 이력에 대한 미련에다, 중국에서의 보다 왕성한 활동을 위한 발판 마련을 위해 국내 무대 복귀를 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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