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을 위해 항공권을 예약했다가 갑작스레 병원에 입원해야 할 경우 항공사들은 취소수수료를 면제하거나 일부 감면해 준다. 그러나 항공권 예약을 대행하는 여행사들이 이 사실을 소비자들에게 알리지 않아 수수료를 고스란히 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최근 이에 대해 여행사가 항공권 취소 수수료 면제 관련 약관을 소비자에게 미리 고지하지 않았다면 취소수수료를 배상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소비자 A씨가 B여행사를 상대로 낸 조정신청에 대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11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3월 B여행사 홈페이지에서 해외 여행을 위한 왕복 항공권을 구입했다. 그러나 한달 뒤 A씨에게 수술이 필요한 질병이 발생해 여행사에 항공권 구입 취소를 요청했고, 여행사는 취소수수료 33만원을 부과했다.
A씨는 뒤늦게 자신이 이용하기로 했던 항공사의 약관에 승객이 질병으로 탑승할 수 없게 된 경우 탑승 가능한 날짜로 항공권 유효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으며, 연장 대신 취소를 선택할 경우 취소수수료를 면제해준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A씨는 항공사에 수수료 환급을 요청했지만, 이미 항공권 취소 처리가 완료돼 환급이 어렵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A씨는 이에 B여행사에 환급을 요청했고 이를 거절 당하자 조정 신청에 나섰다.
여행사 측은 항공사마다 취소수수료 면제 약관이 다르기 때문에 일일이 고지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분쟁조정위원회는 취소수수료 면제 조건은 계약 체결의 중요한 내용이기 때문에 여행사가 이를 고지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국토교통부의 항공교통이용자 보호 기준에도 여행업자가 전자상거래로 항공권을 판매하는 경우 계약 체결 전 비용 면제 조건을 이용자에게 고지하도록 돼 있었다.
소비자원이 이번 조정을 계기로 국내 출발ㆍ도착 여객수 기준 상위 10개 항공사의 질병 관련 취소수수료 감면 약관을 조사한 결과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중국남방항공 등 3개사가 관련 약관을 규정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약관 없이 개별 사유를 검토해 면제 여부를 결정하고, 중국남방항공의 경우 예약 변경만 가능했다. 다른 항공사들은 비행기 탑승 불가 사유가 포함된 진단서와 가족관계증명서 등을 제출하면 본인, 동행 가족 등의 항공권 취소수수료가 면제됐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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