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혁명수비대(IRCG)로 추정되는 무장 선박이 영국 유조선 나포를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령 지브롤터 자치정부가 이란 유조선을 억류한 지 6일 만이다. 여기에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국제 연합체 구성에 나서면서 페르시아만을 둘러싼 서방국가와 이란 사이의 긴장 수위가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은 미국 관료 두 명을 인용해 “이란 혁명수비대 선박이 페르시아만에서 영국 유조선을 나포하려 했지만 실패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란의 무장 선박 다섯 척은 이날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던 영국 유조선 브리티시 헤리티지호에 접근해 “항로를 변경하고 인근 이란 영해에 정박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브리티시 헤리티지호는 영국 해군 몬트로즈함의 호위를 받고 있었다. 몬트로즈함은 갑판에 설치된 30㎜짜리 함포 포구를 이란 측을 향해 겨누고 사격하겠다며 구두로 경고했다. 그러자 이란 선박들은 별다른 저항 움직임 없이 물러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모습은 당시 상공을 비행하던 미국 유인 정찰기에 촬영됐다.
이란의 이 같은 시도는 자국 유조선 나포에 따른 보복 조치로 보인다. 앞서 영국령 지브롤터 자치정부는 지난 4일 이란산 원유를 가득 싣고 시리아로 향하던 이란의 ‘그레이스 1호’를 제재 위반을 이유로 억류했다. 그러자 이란 혁명수비대 장성 출신 모흐센 라자에이 국정조정위원회 사무총장은 5일 트위터에 "영국이 이란 유조선을 풀어주지 않는다면 영국 유조선을 억류하는 것이 (이란) 당국의 의무"라고 주장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역시 이날 오전 내각회의에서 “영국은 (이란 유조선 나포의) 결과를 보게 될 것”이라며 보복 조치를 시사했다.
페르시아만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면서 호르무즈 해협에서 항해의 자유를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가속화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조지프 던퍼드 미 합참의장은 전날 “호르무즈 해협과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자유로운 항해를 보장할 연합체를 구성하기 위해 여러 국가들과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 신문은 1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일본 자위대에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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