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쓰 “장기화 시 설계변경 가능”… VAIO “부품 조달 악영향 확실”
한국에 대한 일본 정부의 반도체ㆍ디스플레이 소재 수출 규제에 대해 일본 기업들도 악영향을 우려하면서 대책 마련에 분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기업들은 제품 설계 변경이나 대체 조달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교도(共同)통신에 따르면 한국 기업에서 반도체를 조달 중인 일본 컴퓨터 제조업체 후지쓰(富士通)크라이언트 컴퓨팅은 제품의 설계를 변경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이 회사의 사이토 구니아키 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다른 공급원이 있어서 당분간은 괜찮다”면서도 “문제가 장기화하면 설계 변경도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일본 경제매체인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도 이날 한국으로부터의 반도체 조달과 관련한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는 일본의 반도체 제조사들 사이에서도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소니의 컴퓨터 사업 부문이 독립한 ‘VAIO(바이오)’의 하야시 가오루(林薰) 이사는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부품 조달에 영향이 미치는 건 틀림없다”면서 한국 이외에서의 대체 조달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구체적인 ‘대체 조달처’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신문은 “수출 규제에 따라 한국에서의 반도체 공급에 영향이 나올 리스크(위험)가 폭넓게 의식되고 있다”고 전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이와 함께 한국 기업의 대응책 마련 노력도 소개했다. 신문은 “삼성전자는 수뇌(핵심인물)ㆍ간부가 일본과 대만을 방문하는 등 당분간 생산에 필요한 재고 확보에 분주하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삼성은 대만에 조달 담당 간부도 파견했다”며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를 다루는 소재 제조사 공장이 대만에 있어 한국으로의 공급 확대를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지난 7일 밤 방일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선 “대형 은행 간부와 면담하고 이번주 후반까지 일본에 머무를 예정으로, 필요할 경우엔 거래처인 반도체 관련 기업 간부와도 만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삼성은 (규제) 대상 이외의 제품을 취급하는 일본의 소재 업체에까지 '앞으로도 안정적 공급을 부탁한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화학 대기업의 한 간부는 “한일관계 악화로 인해 생산이 받는 영향에 (삼성이) 전례 없는 위기감을 가진 것 같다”고 말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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