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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때만 반짝… 금융교육 컨트롤타워 10년째 ‘허수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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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때만 반짝… 금융교육 컨트롤타워 10년째 ‘허수아비’

입력
2019.07.13 04:4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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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에 13개 기관 금융교육협의회 구성… 정치 무관심 속 정책권한 못 얻어

[저작권 한국일보] 지난 5월 22일 서울 도봉구 덕성여대 대강의동에서 학생들이 금융감독원 금융교육교수가 강의하는 실용금융 수업을 듣고 있다. 고영권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지난 5월 22일 서울 도봉구 덕성여대 대강의동에서 학생들이 금융감독원 금융교육교수가 강의하는 실용금융 수업을 듣고 있다. 고영권 기자

국내에서 금융교육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곳은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교육협의회(협의회)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금융교육 강화의 기치를 올리고 출범한 협의회는 그러나 10년이 지나도록 금융교육 정책을 주도할 법적 권한을 얻지 못한 채 고전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협의회를 법제화해 금융교육 정책을 체계적으로 수립하도록 하는 내용의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제정안이 상정돼 있지만, 정치권의 무관심 속에 관련 법안이 제출됐다가 폐기되길 반복했던 전례가 되풀이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는 상황이다.

◇금융교육의 전환점 될 금소법

12일 금융위에 따르면 협의회는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구성됐다. 경제 위기가 재발하지 않도록 대비하는 차원에서 금융교육 기본방향을 수립하고 그에 따른 정책을 추진해 나가겠다는 취지였다. 협의회는 금융위와 금융감독원, 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 등 13개 기관이 모였다. 2013년엔 ‘금융교육 활성화 방안’이 마련됐다. 민간 차원의 금융교육에 일관성을 부여하기 위해 ‘표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보급하고, 전문강사도 육성한다는 게 골자였다.

금융위는 애초 다른 선진국처럼 금융교육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법정 전담기구를 만들어 정부 주도로 강력히 금융교육을 추진하는 것이 목표였다. 이를 위해 협의회 출범 원년인 2009년부터 금소법 제정을 논의해 2011년 국회에 처음 발의했다. 그러나 법 제정 작업은 여전히 진행형이고 금융교육 정책 역시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협의회 또한 정책 결정권한 없는 금융위 자문기구에 머물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정규 교육과정에 금융교육 시간이 많이 확보되길 바라는 마음이 크지만 명시적인 법적 권한이 없는 상황에서 교육부와의 협의가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금소법이 제정되면 국내 금융교육 활성화에 전기가 마련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2017년 발의된 현행 금소법 제정안은 협의회를 금융교육 정책을 심의ㆍ의결하는 법정기구로 규정하고 있다. 경제 관련 부처, 교육부, 행정자치부, 고용노동부 등 금융교육과 관련 있는 기관의 고위공무원 등 위원 25인으로 구성되며, 의장은 금융위 부위원장이 맡는 구조다. 금융위는 금융교육 정책 수립 및 집행을 담당한다. 법안은 금융위의 역할로 △금융환경 변화에 따른 교육프로그램 개발 △금융교육과 학교교육ㆍ평생교육 연계 △금융소비자의 금융역량에 관한 조사(3년 주기) 등을 명문화했다. 소비자가 교육을 통해 금융에 대한 이해력을 높여 합리적 의사결정을 내리고 금융복지를 누리도록 하는 것이 법안의 목표다.

금소법 제정 취지에는 여야 모두 이견이 없지만 국회 파행으로 상임위원회(정무위)에 계류된 채 심사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소법이 통과되면 주기적으로 협의회 개최가 의무화되고, 관련 예산 확보가 수월해 체계적인 기본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선 학교에서 의무 금융교육

금융 선진국들은 일찍부터 국가 전략 차원에서 금융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학교에서 금융을 체계적으로 가르치며 학생들이 일찍부터 금융에 친숙해질 기회를 제공한다. 글로벌 금융시장을 선도하며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이들 국가 입장에선 필연적인 선택이기도 하다.

미국은 45개주(州)에서 금융이 정규 교육과정으로 편성돼 있고, 이 중 17개 주는 고등학교 졸업을 위한 필수 이수과목으로 채택하고 있다. 140여 개에 달하는 민간단체가 연방정부와 협력하며 다양한 금융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미국 금융교육의 컨트롤타워는 재무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금융교육위원회(FLEC)인데 백악관, 소비자보호감독청(CFPB), 교육부 등 22개 정부기관이 참여해 교육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전통적 금융중심지 영국은 정부가 국가 전략 차원에서 강력하게 금융교육을 추진한다. 공립학교에 다니는 11~16세 학생이라면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시민권(Citizenship) 교육 과목에 금융을 포함하는 방식으로 금융교육을 의무화했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는 관념적 정보 제공에서 벗어나 구체적 조언을 통해 소비자 행동을 변화시키는 방향으로 금융교육을 개선하고 있다.

일본은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에 설치된 금융홍보중앙위원회(CCFSI)가 국가 차원의 금융교육 방향을 설정하고 있다. 학교에서는 사회ㆍ공민ㆍ가정 과목에서 금융교육을 실시하고 있는데 초ㆍ중ㆍ고교에서 연령별로 달성해야 할 금융교육 목표가 마련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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