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관계자 등 만나 해법 논의… 청와대 간담회 포기하고 체류 연장 
지난 7일 김포국제공항 출국장에서 이재용 삼성부회장이 일본으로 출국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해 일본을 방문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번 사태로 한일 관계가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현지 대형은행 관계자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한국으로 귀국한 뒤에도 사태 해결을 위해 일본 기업들과 계속 협의 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10일 일본 아사히TV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이날 일본 대형은행 관계자 등과 만난 자리에서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로 한국 내 일본 제품 불매운동과 반일 시위 등이 확산돼 한일 관계가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흘 째 일본 경제계 인사들과 연쇄 회동을 가진 뒤에도 사태 해결의 뾰족한 실마리를 찾지 못한 이 부회장이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한일 관계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재계 관계자는 “외교ㆍ정치 문제로 촉발된 이번 사태에 경제인이 나서서 해결할 수 있는 여지가 애초 크지 않았다”며 “그나마 경제 분야에서 끈끈하게 이어져온 관계도 악화될 조짐을 보이자 현지 금융권 관계자에게 답답한 속마음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또 한국으로 돌아가더라도 일본 경제계 인사들과 문제 해결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는 의지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삼성은 수출 규제 대상 외의 제품을 취급하는 회사에 ‘앞으로도 안정적인 공급을 바란다’는 취지의 메일을 보내고 있다”며 한일 관계 악화에도 일본 기업들과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8일부터 일본에서 부친인 이건희 회장 시절 만들어진 일본 부품 협력사 오너들과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이번 사태 해결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특히 반도체 소재를 생산하는 일본 기업들의 해외 공장을 통한 ‘우회 수출’ 가능성도 타진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대 한국 수출 규제 방침이 워낙 확고해, 명확한 해법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현지 상황이 예상보다 심각하자 이날 예정됐던 문재인 대통령과의 간담회 참석을 포기하고 체류 일정을 늘렸다. 재계와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나흘간의 일본 방문 일정을 마치고 11일 귀국할 전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귀국 일정이 아직 명확히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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