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뀐 것 없다” 재확인… 북한 비핵화 ‘목표 하향’ 의혹 일축
미국 국무부는 9일(현지시간)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핵동결이 비핵화 과정의 입구라는 점을 분명히 하며 대량살상무기의 완전한 제거라는 목표를 재확인했다. 이르면 이달 중순 북미 실무협상 재개를 앞두고 미국이 비핵화 협상 목표를 동결로 하향 조정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식시키려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대북 협상에 임하는 미국의 목표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 사안을 평화적으로, 외교를 통해 푸는 데 계속 전념하고 있고 이것이 우리의 목표"라면서 "아무것도 바뀐 것은 없고 우리는 분명히 대량파괴무기(WMD)의 완전한 제거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동결은 절대 과정의 해결이나 끝이 될 수 없다. (동결은) 우리가 입구에서 보고 싶은 것"이라며 "어떤 행정부도 동결을 최종 목표로 잡은 적이 없다. 이는 과정의 입구"라고 거듭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지난달 30일 판문점 회동 이후 미국이 핵 동결로 골대를 옮기는 것이 아니냐는 설왕설래가 이어졌으나, 핵 동결을 비핵화 과정의 입구로 제시한 것이다. 이는 국무부가 비핵화의 최종 목표를 재확인하면서도 핵폐기 일괄 타결을 주장하는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등 대북 강경파와 달리, 핵 동결을 우선적 목표로 삼는 점진적 접근법을 취하고 있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아울러 판문점 회동에 대해선 "정상회담(summit)이 아니었고 협상이 아니었다. 두 지도자의 만남이었다”고 밝혀 판문점 회동을 북미 간 3차 정상회담으로 보지 않는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한편, 전날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한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및 유럽연합(EU) 관계자들을 만나 대북 협상 상황을 설명하고 지지와 협력을 당부했다. 비건 대표는 10일 독일 베를린을 방문해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 등과 회동한다. 국무부는 “이번 방문에서 북한 당국자들과 만날 계획은 없다”고 밝혀 북미 간 접촉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8일 비건 대표와 회동한 엑셀 케네스 벨기에 다자외교국장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북한 비핵화를 위한 그의 노력과 지역 안정 증진을 위한 미국, EU, 벨기에의 역할을 논의했다”며 “벨기에의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CTBT) 책임과 관련한 논의도 포함됐다”고 밝혔다. EU가 그간 북한 비핵화 해법의 하나로 북한의 CTBT 참여를 주장해 왔던 터라 이에 대한 논의도 오간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CTBT는 미국이 서명만 하고 비준을 하지 않아서 미국이 이를 북한에 요구할지는 미지수다. CTBT는 166개국이 비준했지만 조약 발효를 위해 필수적으로 비준해야 하는 원자력 능력 보유국(44개국) 중 북한과 인도, 파키스탄 등 3개국이 가입을 하지 않았고 미국과 중국, 이란, 이스라엘, 이집트 등 5개국이 비준을 하지 않아 현재 발효되지 않은 상태다. 북한의 한태성 제네바 주재 대사는 지난해 핵군축 연설에서 “핵실험을 완전히 금지하기 위한 국제적 노력에 동참할 것”이라며 CTBT 가입 의향을 시사한 바 있다. 이는 북한이 핵 군축 입장에서 모든 핵 보유국의 핵실험 중단을 전제로 CTBT에 가입하겠다는 의미여서 미국으로선 CTBT 카드가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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