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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맞은 5G… 아직은 속 빈 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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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맞은 5G… 아직은 속 빈 강정?

입력
2019.07.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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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지원금 경쟁에 가입자 수 ‘거품’ 지적

커버리지ㆍ5G용 콘텐츠 하반기 본격 확대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직장인 서모(30)씨는 지난 6일 월 10만원의 KT 5세대(G) 요금제 ‘슈퍼플랜 스페셜’에 가입하면서 ‘갤럭시S10 5G’(512GB)를 구매했다. 이전까진 월 6만원대 요금제로 ‘갤럭시노트8’을 사용하던 터라 과소비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 정도 손해는 감수할 수 있었다. 슈퍼플랜 스페셜 요금제 6개월 유지 조건으로 출고가 143만원짜리인 갤럭시S10 5G가 ‘공짜’로 풀렸기 때문이다. 서씨는 “이날 ‘대란’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동네별 좌표(불법보조금 지급매장 위치)가 공유됐다”며 “구매 후 광화문 사무실에서도 5G가 터지지 않아 불편하긴 하지만 어차피 조건인 6개월만 채우고 내년 1월에 다시 LTE 요금제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3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5G 서비스가 11일로 100일째를 맞는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5G 서비스를 개시한 만큼 가입자 속도는 빠르게 늘고 있지만, 불법보조금을 앞세운 할인 때문에 잠시 5G에 묶여 있는 ‘허수 가입자’가 적지 않고 5G 이용자들의 데이터 사용 패턴도 LTE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0일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의회(GSMA)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전 세계 5G 가입자는 213만여명으로 추정된다. 이 중 한국 가입자가 164만7,520명(77.5%)으로 압도적이다. 2위 영국 15만1,458명(7.1%), 3위 미국 10만865명(4.7%)과도 10배 이상 차이 난다.

급격한 가입자 증가는 상용화 초기 이통 3사의 가입자 유치 경쟁의 영향이 컸다. 이통사들은 매장이 가입자 1명을 유치할 때 판매장려금(리베이트)을 지급하는데, 5G 상용 초반 판매장려금이 급격히 높아졌고 매장 직원이 공시지원금뿐 아니라 자기 몫의 리베이트를 구매자에게 나눠주는 방식으로 불법지원금이 살포됐다는 것이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은 이통 3사가 홈페이지에 공시하는 요금제별 지원금의 15%까지만 매장이 추가로 지원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이를 초과하면 단통법 위반에 해당한다.

◇LTE보다 데이터 덜 쓰는 5G 가입자

현재의 5G 실효성에 의구심을 품게 만드는 대목은 또 있다. 5G 가입자들의 월평균 데이터 사용량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5G 가입자 1인당 월 데이터 사용량은 18.27GB로 LTE 가입자(9.03GB)보다 2배 많았다. 이는 전체 데이터 트래픽을 가입자 수로 단순히 나눈 것이다.

4G와 5G 가입자 1인당 월 데이터 사용량 비교.
4G와 5G 가입자 1인당 월 데이터 사용량 비교.

5G 가입자의 80~90%가 무제한 요금제를 이용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요금제별 사용량을 비교할 필요가 있다. LTE 무제한 요금제 가입자의 평균 데이터 사용량(3월 말 기준)은 20.7GB에 달한다. 이통 3사 5G 요금제는 기본 데이터를 150~300GB 제공하거나 완전 무제한으로 제공하는데도 LTE 무제한 가입자의 데이터 사용량이 더 많은 셈이다.

5G 시대 대표적 콘텐츠인 가상현실(VR)이나 4K 울트라고화질(UHD) 영상을 1시간 정도 시청했을 때 데이터 소비량은 대략 12GB에서 최대 35GB까지다. 한달 동안 5G 데이터 사용량이 20GB가 채 되지 않는 건 아직 5G 이용자가 데이터를 쓸 만한 곳이 마땅치 않다는 얘기가 된다.

◇부족한 콘텐츠ㆍ커버리지ㆍ단말

데이터 사용량이 생각보다 폭증하지 않는 이유는 콘텐츠와 커버리지, 단말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6월 21일 기준 전국 5G 기지국 수는 6만2,641국이다. 개수가 늘고 있지만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 몰려있는 경우가 많다. 이통 3사 중 가장 많은 기지국을 구축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KT는 이달 8일 기준 4만2,103국을 개통했고, 서울을 제외한 지역에 2만8,249국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마저도 ‘옥외 커버리지’다. 실내나 지하에서 5G를 이용하려면 인빌딩(실내통신장치) 중계기를 별도로 구축해야 한다.

이통 3사의 5G 핵심 콘텐츠는 대부분 VR이지만, 아이돌과의 가상 데이트 등에 국한된 콘텐츠 카테고리, 더딘 VR 기기 보급 속도 등이 한계다. ‘갤럭시S10 5G’와 ‘V50씽큐 5G’ 2종밖에 없는 5G 스마트폰도 선택권을 넓히기엔 역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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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엔 5G 본격 대중화 올까

이통사들은 하반기부터 5G 기지국뿐 아니라 실내, 지하 등에 전파를 쏴 주는 인빌딩 장비 구축에 속도를 올린다는 계획이다. 연말이면 더 탄탄한 인프라와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KT는 11일부터 전국 5G 기지국 위치를 정확하게 표시하고 인빌딩 장비 위치도 홈페이지 내 5G 커버리지맵을 통해 공개하기로 했다. LG유플러스도 이날 “대형 빌딩과 지하철 환승역 등 유동인구가 많은 실내와 지하 주차장, 가정집 등에도 중계기를 설치해 5G 커버리지 측면에서 가장 앞서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VR 등 실감형 콘텐츠 확대를 위한 투자도 속속 진행된다. SK텔레콤은 연말까지 100억원 이상을 투자해 5G 콘텐츠를 자체 제작하고 방송사 등과 협력하는 제휴 콘텐츠도 늘린다. KT는 VR 플랫폼 서비스인 ‘슈퍼VR’를 통해 연말까지 약 1만5,000편의 콘텐츠를 제공할 예정이다. 시청자 선택에 따라 결말이 바뀌는 인터랙티브 콘텐츠 등 콘텐츠 다양화에 주력한다. LG유플러스는 구글(VR), 엔비디아(게임) 등 글로벌 기업들과 제휴해 콘텐츠 차별화에 나선다. 연말까지 1만5,000여편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게 목표다.

통신사 관계자는 “하반기에는 신규 5G 스마트폰의 종류도 저가, 중가, 고가별로 더 다양해질 것”이라며 “앞으로 스마트팩토리, 자율주행, 드론 등 기업간거래(B2B) 시장에서 실질적인 수익모델을 마련하려는 경쟁도 활발하게 전개돼 산업적 생태계를 확산시키는 성과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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