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평가서 재지정 탈락한 11곳
5년간 학교별 20억원 지원 계획
교육과정 변화 등 불안은 그대로
자율형사립고(자사고) 폐지에 반대하는 시민단체와 학부모들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이날 교육청의 8개교 재지정 취소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홍인기 기자

“아이가 먼저 자율형사립고(자사고)에 가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일반고에 가면 ‘수포자(수학포기자)’가 된다면서요.”

중1 학부모 조모(46)씨는 2년 뒤인 고교입시를 두고 “아직 먼 이야기”라면서도 “나 역시 아이를 자사고나 외국어고에 보내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했다. 자녀의 학원 친구들 사이에선 “중학교 성적이 상위권이었던 애들도 일반고 가면 중위권 대학도 겨우 간다”, “일반고에선 수업시간에 잠을 자도 (교사가) 안 깨운다” 같은 말이 오간다고 했다. 조씨는 “정부가 자사고를 다 없애려고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들은 이상 일반고 진학은 꺼리게 되는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올해 평가를 받은 전국 24개 자사고 중 절반 가까운 11개교가 재지정 평가에서 탈락하는 등 문재인 정부와 진보교육감들의 ‘자사고 폐지’ 정책이 급물살을 타고 있지만, 이를 보완하는 ‘일반고 살리기’대책이 빠져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일반고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신을 해소하는 방안이 함께 제시돼야 자사고 폐지 정책이 안착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교육부가 지난해 8월 발표한 ‘2022학년도 대학입학제도 개편방안 및 고교교육 혁신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총 3단계에 걸쳐 자사고 등의 일반고 전환을 추진해 오고 있다. 1단계(2017~2019년) 자사고ㆍ일반고 고입 동시실시에 이어 2단계(2018~2020년) 재지정 평가를 통한 단계적 전환을 한 뒤, 3단계(2020년~)에 대통령 직속 행정위원회인 국가교육위원회 주도로 고교체계 개편을 확정하겠다는 게 정부가 내놓은 고교체제 개편의 큰 그림이다. 문제는 이 모든 과정에 기존의 일반고를 살리기 위한 그 어떤 정책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중장기 교육계획을 설계할 국가교육위원회의 연내 출범 자체가 불투명해지면서 밑그림도 그리기 힘든 상황이다.

이에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2단계가 마무리되는 대로 3단계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면서도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시키는 데만 혈안이 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박소영 교육바로세우기운동본부 대표는 “자사고를 선호하는 학부모들은 자사고의 다양한 교육과정이나 양질의 수업에 대해서 높게 평가한다”며 “(교육당국이) 자사고 폐지만 밀어 붙이다가 자사고의 장점을 일반고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 해결을 간과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고교체제 개편 3단계 로드맵. 송정근 기자

자사고가 일반고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학교 현장의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지만 재지정 취소를 발표한 각 시도교육청은 이에 대한 대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 일반고 전환이 확정될 경우 내년 신입생은 일반고 학생으로, 기존 자사고 재학생은 졸업 때까지 자사고 학생 신분을 유지하게 되면서 발생할 등록금 차별 문제를 비롯해 교육과정 변화 등은 학부모들의 불안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적되지만 교육청들의 대안은 사실상 부재한 상황이다. 박인현 대구교대 사회과교육과 교수는 “각 교육청마다 재지정 취소 이후 대안은 전무한 상황이 현재 가장 큰 문제”라며 “자사고를 없애기만 할 게 아니라 일반고 전환 시 교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들을 해결할 대안까지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9일 시내 8개 자사고에 대한 재지정 취소 결정을 내린 서울시교육청은 10일 이들 학교에 대해 5년간 학교당 총 20억원을 지원하기로 하는 등 재정 지원 규모를 밝혔다. 하지만 세부적 지원 방안은 여전히 논의 중이라는게 서울시교육청의 입장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생 혼란 등을 막기 위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 구체적 지원 대책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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