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케너 10일부터 두 번째 내한 독주회
꼼꼼하기로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71)가 “기적처럼 만난 영혼의 동반자”라 표현한 미국의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56). 2011년 대관령음악제로 처음 한국을 방문한 케너는 이곳에서 음악적 동지인 정경화를 만난 것은 물론 한국의 젊은 음악가들에게 애정을 품게 됐다. 피아니스트 조성진(25)이 자신의 연주녹음을 보내 조언을 구하는 멘토로도 잘 알려져 있다. 지난해 첫 독주회에 이어 두 번째 내한 독주회를 여는 케너를 9일 서울 인사동에서 만났다.
케너는 미국인으로서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1990)와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1990)에 동시에 입상한 유일한 연주자다. 그는 프로그램 노트를 직접 작성할 정도로 연구에 매진하는 학구파 연주자로 꼽힌다. 이번에 그가 파고든 주제는 ‘유머’다. 하이든, 쇼팽, 슈만, 파데레프스키에 이르기까지 작곡가들이 표현한 유머의 다양한 양상을 들려줄 예정이다. 케너는 “독일의 철학가이자 소설가였던 장 파울 리히터가 유머에 대해 ‘고통과 위대함이 동시에 깃든 웃음’이라고 표현한 에세이에 감명을 받았다”며 “유머를 현실로부터의 도피라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보면 세계를 다르게 볼 수 있는, 인생에 없어서는 안 될 감정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음악을 진지하게 연구하면서도 케너는 “악보는 연주의 시작점이지 끝점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음악을 완성하는 건 결국 작곡가의 의도를 파악한 연주자의 손끝이라는 것이다. 이는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콩쿠르에서 심사위원을 맡는 그가 제자들을 평가하는 방식과도 일맥상통한다. 그가 연주자들을 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연주의 정확성보다는 “연주자로서 이 음악에 대해 관객에게 전하고픈 메시지가 있는지 여부”라고 한다.
케너는 조성진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세계적인 음악인으로 성장할 그의 잠재력을 점쳤다고 했다. “쇼팽 발라드를 연주하는 모습을 단순히 몇 시간 봤을 뿐인데도, 조성진은 내 말을 듣는 것뿐만 아니라 새로운 연주를 들고 나타났기 때문에 감명을 받았어요. 그가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했을 때도 느꼈지만, 이제 자신의 음악적인 본능을 따라가며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아티스트로 성장했다고 생각합니다.”
케너는 올해 자신이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미국 프로스트 쇼팽 페스티벌에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24)을 초청하기도 했다. 2015년 임지영이 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 높이 평가했다는 후문이다. 케너는 10일 신영체임버홀을 시작으로 11일 서초동 예술의전당, 12일 광주 유스퀘어문화관 금호아트홀로 리사이틀을 이어 간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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