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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한국 정치, 능력보다 연공서열 강조”

입력
2019.07.15 17:50
수정
2019.07.15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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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젊은 정치] 릴레이 인터뷰 <11>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

※ ‘스타트업! 젊은 정치’는 한국일보 창간 65년을 맞아 청년과 정치 신인의 진입을 가로막는 여의도 풍토를 집중조명하고, 젊은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하는 기득권 정치인 중심의 국회를 바로 보기 위한 기획 시리즈입니다. 전체 시리즈는 한국일보 홈페이지(www.hankookilbo.com)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유독 특수한 연공서열과 경험이론을 적용시키고 젊은 실력자들을 밀어내는 것이 현 한국정치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해 9월 본보와의 인터뷰.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유독 특수한 연공서열과 경험이론을 적용시키고 젊은 실력자들을 밀어내는 것이 현 한국정치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해 9월 본보와의 인터뷰. 한국일보 자료사진

“저에게 가해진 많은 비판 중 하나가 ‘쟤는 너무 엘리트스럽기 때문에 우리의 대표자가 될 수 없어’이다. 동시에 누구에게는 ‘쟤는 그냥 A대학 나온 취업 준비생인데 쟤가 우리 보다 나은 게 뭐가 있냐’고 한다. 어떤 사람을 갖다 놔도 똑같다.”

최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각 청년 정치인들을 놓고 ‘너희는 청년의 대표자가 아니야’라고 개개인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많은데, 반대로 주관식으로 물으면 답을 못한다”고 말했다. 청년을 대표하는 정체성이 따로 있다는 식의 허상이나 범주화가 젊은층의 정계 진출을 더 어렵게 한다는 취지다. 이 최고위원은 이어 “그럼 당신이 생각하는 청년의 대표자는 어떤 이력과 스펙을 가진 사람이냐라고 물으면 답하는 사람을 한 명도 못 봤다”며 “그 정도로 (청년 정치 프레임이) 허상을 쫓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26세였던 2012년, 당시 유력 대선주자였던 박근혜 의원의 영입으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으로 정치 활동을 시작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로 이후 2016년 총선(낙선), 2018년 재·보선(낙선) 등을 거치며 지역구 돌파를 모색해왔고, 지난해에는 원외 인사임에도 불구하고 바른미래당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에 선출됐다.

정당이나 지역구에서 ‘젊은 정치인’의 입지에 대해 그는 “막연하게 ‘젊은 사람이 무슨 경력이 있겠냐’라는 편견을 겪는 것부터 시작”이라고 입을 뗐다. 이어 “예술과 창업 분야에서는 누가 나이를 따지겠냐”며 “페이스북 창업도 경력과 경험이 있어서 해낸 일은 아니지만 정치라는 영역만이 유독 능력에 대한 평가보다는 특수한 연공서열과 경험이론을 적용시켜 놓은 것이 지금의 한국 정치”라고 꼬집었다. “심지어는 젊은 세대도 지금 거기에 동조한다. 일종의 시기심이나 막연함으로 따라간다.”

◇ 다음은 일문일답 전문.

-국회에 청년 기근 문제가 심각한데요.

“저는 청년정치가 절대로 마이너리그로 존재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구조적으로 자꾸 마이너리그가 될 것을 강요하고 있어요. 왜 청년정치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지부터가 문제에요. 청년정책이라는 것도 의아한 게 청년 일자리 정책이라는 게 어떻게 따로 존재할 수 있어요. 경기가 좋아지면 남녀불문 일자리가 다 늘어나는 것이지 어떻게 청년 일자리가 따로 존재할 수 있겠어요. 존재하지 않는 허상들을 따라서 마이너리그를 만들어놨다는 거죠.”

-청년비례를 따로 뽑기도 하는데요.

“지금 청년정치라고 하면은 ‘청년비례를 통해 배출된 힘없는 초선의원 하나가 청년 일자리 문제 같은 거대담론을 다 떠맡는 구조’로 돼 있어요. 저는 애초에 말이 안 되는 구조를 만들어놨다고 봐요. 비례대표 한 자리 놓고 당에서 헌신이라는 말도 안 되는 가치를 놓고 싸우는 구조라고 보는 거죠”

-그래서 용어 규정부터 새로 하자는 논의가 많더라고요.

“청년의 대표성이라는 것의 실체가 뭐냐. 저에게 가해진 많은 비판 중 하나가 ‘쟤는 너무 엘리트스럽기 때문에 우리의 대표자가 될 수 없어’라는 거였어요. 동시에 누구에게는 ‘쟤는 그냥 A대학 나온 취업 준비생인데 쟤가 우리 보다 나은 게 뭐가 있냐’고 하고요. 어떤 사람을 갖다 놔도 똑같아요. TV토론에서 어떤 방청객이 저에게 ‘젊을 때 이룬 것이 뭐냐’고 질문한 적이 있어요. 반대로 ‘지금 거주하고 계신 지역구 국회의원이 이룬 바를 알고 계시냐’고 했더니 모른다고 하더라고요. 솔직히 젊은 정치인이 지역구에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그런 막연함이에요. 막연하게 ‘젊은 사람이 무슨 경력이 있겠냐’라는 편견을 겪는 것부터 시작하는거죠.”

-그런 반응을 접할 때 생각이 많을 것 같은데요.

“예술에서는 누가 나이를 따지나요? 창업도 마찬가지고요. 페이스북 창업이 경력과 경험이 있어서 해낸 일일까요? 아니에요. 첫 창업인데 대박이 났고 세계에서 가장 큰 기업 중 하나가 된 거에요. 정치도 마찬가지라고 봐요. 능력에 대한 평가보다는 유독 그런 특수한 연공서열 또는 경험 이론을 적용시켜 놓은 것이 지금의 정치잖아요. 심지어는 젊은 세대도 지금 거기에 동조해요. 일종의 시기심이나 막연함으로 따라가는 거예요. 각 청년 정치인들을 놓고 ‘너희는 청년의 대표자가 아니야’라고 개개인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많은데, 반대로 주관식으로 물으면 답을 못하죠. ‘그럼 당신이 생각하는 청년의 대표자는 어떤 이력과 스펙을 가진 사람이냐’라고 하면 답이 없어요. 저도 답 못하고. 한 명도 못 봤어요. 그 정도로 허상을 쫓고 있다는 거예요.”

-정치권을 꽤 오래 지켜본 편인데요.

“처음에 (새누리)당에 들어가자마자 느낀 게 ‘여기서는 모든 게 연과 공. 연공서열이구나’라는 거예요. 그걸 저한테 주입하기 위해서 끝없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제가 그냥 멀쩡한 대학생이라면 그런걸 보고 다시는 정치 활동 하고 싶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슨 야인시대도 아니고. 지역에서는 전부 ‘동네 막걸리 마시기 대회 선수’로 뛰고, 당이 제대로 돌아가기 어려운 상황이에요.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당이 더더욱 철저하게 공천하는 단계에서 책임감을 가져야 하고, 정치 풍토가 연공서열, 감상주의에서 벗어나야 하는 거죠.”

-연공서열 깨는 게 쉽진 않을 텐데.

“당원의 개념 자체도 문제죠. 우리나라의 정당에선 당원과 지지자의 경계가 모호해요. 당원과 지지자의 구분을 가져가야죠. 당원들은 당의 근간이 되는 존재인데 지금은 책임당원이 되기도 너무나 쉽고. 당원 민주주의 왜곡이 있을 수 밖에 없는 거죠. 중국의 공산당원을 생각해보면 공산당원들은 간부라는 자체가 능력을 인정받는 과정인데, 우리 같으면 그 능력이라는 것이 보통 연공서열로 치환돼요. 당을 위해서 열심히 한다는 것을 간단히 설명하면 ‘돈 쓰고 시간 쓰면’ 된다는 거예요.”

-정당마다 저마다 사정은 다른 상황인데요.

“더불어민주당의 경우에는 항아리형 구조, 586들이 중간에 차가지고 밑에서 못 올라오게 하는 구조가 심해졌고, 자유한국당(새누리당)의 경우에는 애초에 수도권 승부를 포기한 지가 오래 됐어요. 반대로 군 단위로 들어가면 진짜 젊은 사람들은 돈이 없어서 선거를 못 치르고요.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한 개념도 없는 상태 같고요.”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보나요.

“인재 영입 풀이 있어야죠. 젊은 정치인들이 몰리도록 장이 바뀌어야 해요. 정치라는 장 자체에서 ‘젊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인식이 대중적으로 깔려 있기 때문에 지금 이런 거잖아요. 결국 정치의 변화는 유권자가 바뀔 때 오지 않나 싶어요. 로마 사람들은 포에니 전쟁 때 28살짜리를 총사령관으로 만들어서 한니발을 잡았는데, 그게 첫 지휘경험이었어요. 우리 역사 속에서도 있었던 젊은 사람들의 역할을 다시 생각할 때가 됐죠.”

-구체 방법으로 눈 여겨 본 게 있다면요.

“최근 몇 년 사이 토론배틀이라는 선발 제도를 통해 학생들을 뽑고, 청년 대변인으로 일하게 하는 제도가 있었어요. 그런 좋은 기회가 있으니까 똑똑한 대학생들이 몰리죠. 합리적 기회를 열면 정말 좋은 인재들이 몰려요. 똑똑한 대학생들 다 모여들어요. 그런데 정당 일각의 기존 인물들이 이런걸 싫어하죠. 본인보다 잘하니까. 설전을 벌일 수도 없고.”

-적극적인 선발과 영입이 필요한가요.

“시험을 봐서 줄을 세우자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자질을 갖춘 사람들이 정치를 하게 만드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봐요. 국회의원이든 구의원이든 시의원이든 의무 중 첫째가 행정조직에 대한 감사잖아요. 지방의회 의원 중엔 이런걸 못해서 감사할 자료를 감사 대상인 공무원에게 네가 써와라 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이런 정치가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국회의원도 마찬가지에요. 보좌관을 똑똑한 사람 뽑으면 되고, 나는 술이나 마시고 다닌다, 이런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실무 능력이 중요하단 기준인가요.

“갈수록 ‘막걸리 먹기 스킬’로 대변되는 그런 정성적인 대인관계에 대한 능력치보다는, 진짜 실무 능력을 갖춘 정치인 비중을 높여야 하는데, 당에서부터 그런 인식이 절실하다는 거죠. 처음에 토론배틀 한다고 했더니 가장 먼저 나온 비판이 그러면 ‘말만 잘하는 애들이 온다’ 였어요. 저는 지금처럼 하면 ‘말도 못하는 사람들이 온다’고 봐요.”

-능력주의에 대해선 논란이 있겠는데요.

“실력주의라는 게 공허해 보일 수 있고 너무 엘리트적인 관점 아니냐고 치부될 수도 있겠지만, 실력주의가 아니라면 완전히 엽관제 하에서 이득 보려는 안 좋은 집단들에게, (권력이 넘어가고) ‘야인시대’스러운 분위기가 연출돼요. 실력있는 사람을 정당이 책임을 지고 공천하겠다는 원칙만 각 당에서 확립해도 자연스럽게 젊은 사람들이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측면이 존재한다는 거죠. 적어도 객관적인 능력도 무시하고 ‘막걸리 마시기 스킬’ 등으로 평가하는 지금의 잣대들은 뒤집어 놔야 하는 거죠. 실력주의로 하면 젊고 능력 있고 개혁적인 정치인에게 유리할 수 밖에 없어요. 김영삼 대통령도 20대부터 시작한 직업이 정치인이었잖아요. 그런 인물의 탄생 가능성을 다시 인정하는 순간부터 저는 가능해질 거라고 봐요.

-정치 환경에 관해서는.

“유권자들도 정치인에게 고무줄 잣대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실력, 능력을 요구할 때 전반적 풍토나 환경 자체가 젊은 층에게 유리해질 것이라고 봅니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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