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면허증뿐인 남성은 청탁으로 합격하기도
신입사원 공개채용에서 여성은 조직적으로 배제하고 청탁을 받은 지원자 점수를 조작해 합격시킨 IBK투자증권 임직원들에게 1심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4단독 권영혜 판사는 2016년 공채에서 특정 지원자를 합격시키라고 지시한 혐의(업무방해)로 기소된 IBK투자증권 김모(61) 전 부사장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2016~17년 공채에서 지원자 3명의 등급을 올리고 여성지원자 20명의 점수를 하향 조작한 혐의(업무방해, 남녀고용평등법 위반)로 기소된 박모(50) 상무에게 징역 1년 2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인사팀장 김모(45)씨와 신모(47)씨는 각각 벌금 800만원과 500만원을 받았다. 권 판사는 IBK투자증권 법인에 대해서도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권 판사는 “청년 실업률이 심각한 사회문제인 현실에서 ‘채용의 공정성’은 사회적으로 더욱 더 중요한 가치가 됐다”며 “피고인들은 불법적인 방법으로 특정 지원자를 합격자로 만들거나 여성을 합리적인 이유 없이 배제하면서 일반 지원자들의 신뢰를 정면으로 저버렸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2016년 공채 당시 김 전 부사장은 박 상무를 불러 A씨에게 지원서를 받으라며 이름과 연락처를 전달했다. A씨는 김 전 부사장 석사학위 논문 심사를 맡은 대학 지도 교수의 조교였다. 이를 전달 받은 인사팀장이 직접 연락해 A씨에게 지원서를 받았다. 증권 관련 자격증 없이 자격증으로 운전면허만 적어낸 A씨는 2번에 걸친 점수 조작 끝에 100명 중 93등으로 입사했다. 2016년부터 2017년까지 IBK투자증권 대졸 신입사원 공개채용 과정에서 이렇게 외부 청탁에 의해 점수가 상향 조작된 지원자 6명 중 3명이 최종 합격했다.
영업직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선호된다는 이유만으로 면접 단계에서 합격권 여성 지원자의 등급을 깎아 불합격시킨 사례도 20명에 달했다. 이로 인해 최초 지원자 남녀 성비는 2016년 61대 38, 2017년 55대 45였지만 최종 합격한 여성은 2016년 15명 중 2명, 2017년 9명 중 1명에 불과했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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