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과 주 52시간 근무제가 백화점의 마케팅 전략도 바꾸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무더위로 인한 가족 고객과 저녁시간이 있는 직장인들이 초저녁 시간에 백화점을 찾는 경우가 늘어나자 ‘오후 6시 마케팅’을 펼친다. 백화점업계에서 주로 오후 2~4시에 진행하던 마케팅을 오후 6시 이후에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현대백화점은 오는 12일부터 내달 8일까지 오후 6시 이후 초저녁 마케팅 프로모션을 대폭 늘린 테마 행사 ‘현백 바캉스’를 진행한다고 10일 밝혔다. ‘백화점을 무더위 속 쉼터로 바꾼다’는 컨셉트로, 오후 6시 이후에 타임 세일·이벤트 등을 집중해 고객들을 백화점으로 불러모은다는 계획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지난해 기록적인 폭염과 열대야로 초저녁 시간에 백화점을 찾는 고객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며 “올해도 폭염일수가 평년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돼 오후 6시 이후에 마케팅을 집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111년만의 기록적인 더위가 이어졌던 지난해 7월의 경우, 현대백화점의 오후 6시~8시 매출은 지난 2017년 대비 14.8% 증가해 하루 매출 중 가장 높은 신장률을 기록했다. 반면, 백화점 매출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오후 2~4시, 4~6시 사이 매출은 각각 3.9%, 3.1% 감소했다.
백화점 영업시간(오전 10시 30분~오후 8시) 중 오후 6시~8시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매년 늘고 있다. 특히 지난해 7월의 경우 매출 비중이 20.1%로, 사상 처음 20%를 넘어섰다. 반면, 오후 2~4시·오후 4~6시 매출은 각각 1.2%p, 1.0%p 줄어든 24.8%와 23.9%를 기록했다.
※ 현대백화점 시간대별 매출 비중 변화 추이(7월 기준∙%)
구분 | 2013년 | 2017년 | 2018년 |
정오~오후2시 | 18.2 | 19.4 | 18.5 |
오후2시~4시 | 27.7 | 26.0 | 24.8 |
오후4시~6시 | 26.1 | 24.9 | 23.9 |
오후6시~8시 | 16.4 | 17.0 | 20.1 |
자료: 현대백화점 제공
여기에 주 52시간 근무제 정착으로 평일 퇴근시간 이후 20~30대 젊은 고객들의 백화점 방문이 늘고 있는 점도 마케팅 공식 변화에 영향을 줬다. 올 하반기부터 300인 이상 ‘특례제외업종(금융·방송·교육 등)’의 주 52시간 근무제 확대 적용으로 평일 저녁 시간대 20~30대 젊은 고객들의 방문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에 현대백화점은 주로 낮 시간대에 진행하던 백화점 내 이벤트를 올해는 오후 6시 이후에 2배 이상 늘릴 계획이다. 또한 저녁 시간 방문하는 가족 단위 고객을 위한 행사도 강화할 예정이다.
할인 행사도 오후 6시 이후에 집중된다. 점포별로 오후 3~5시에 진행되던 패션 상품군 타임 세일 행사도 오후 6시 이후로 옮기고, 행사 규모 및 횟수도 50% 이상 늘린다는 계획이다. 먼저 오후 6시 이후 현대백화점 식당가를 찾는 이용 고객에게 10~30%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매장별로 디저트 메뉴도 무료로 증정한다. 식품관에선 정육·생선 등 신선상품을 오후 6시 이후에 10~30% 할인 판매한다. 또한 영패션 인기 아이템을 30~60% 할인 판매하는 ‘한밤의 세일(목동점)’ 등 점포별 타임 세일을 테마로 한 행사도 진행한다.
이혁 현대백화점 영업전략담당(상무)은 “최근 백화점은 단순한 쇼핑 공간이 아닌 고객들의 여가와 휴식을 향유하는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며 “무더위를 피해 백화점을 찾은 고객들을 위한 즐길 거리와 콘텐츠를 지속 마련해 라이프스타일을 선도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