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대법 “이혼한 결혼이주여성, 남편책임 더 크면 체류자격 연장”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대법 “이혼한 결혼이주여성, 남편책임 더 크면 체류자격 연장”

입력
2019.07.10 13:25
0 0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외국에서 결혼을 이유로 입국한 이주여성이 한국인 남편의 부당한 대우 탓에 이혼을 하는 경우, 한국인 남편에게 ‘전적인 책임’이 있어야만 이주여성의 체류자격을 연장해주는 정부 방침에 대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이주여성들의 상황을 고려해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국내 체류연장을 폭넓게 인정해줘야 한다는 게 이번 판결의 취지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10일 베트남 국적 여성인 N(23)씨가 서울남부출입국ㆍ외국인사무소장을 상대로 낸 체류 기간 연장 불허가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원고 승소 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법원 기록 등에 따르면 2015년 12월 한국인 남성 정모(40)씨와 결혼한 N씨는 유산과 고부갈등 등으로 남편과 별거한 뒤 2016년 7월 이혼소송을 내 2017년 1월 승소 확정판결을 받았다. N씨는 임신 중인데도 시어머니의 압박에 편의점에서 일하다가 유산을 하는 등 결혼생활 중에 부당한 대우를 받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N씨는 2017년 5월 결혼이민 체류 기간 연장을 신청했지만, 출입국 당국은 “배우자의 전적인 귀책 사유를 발견할 수 없다”며 거부했고, N씨는 이 조치에 불복해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출입국관리법 시행령은 결혼을 위해 입국한 외국인이 체류자격을 연장하는 요건을 ‘한국인 배우자와 결혼해 국내에 체류하던 중 배우자의 사망이나 실종, 그 밖의 자신에게 책임이 없는 사유로 혼인 관계를 유지할 수 없는 경우’라고 정한다.

N씨의 체류자격을 연장할 지를 판단하는 이 재판에서는 ‘그 밖의 자신에게 책임이 없는 사유’라는 조항의 해석을 놓고, △이혼 책임이 전적으로 배우자에게 있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인지 △주된 책임이 배우자에게 있는 것만으로 충분한 것인지가 쟁점이 됐다.

1ㆍ2심은 “남편 정씨에게 혼인 파탄에 관한 ‘전적인 책임’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N씨에게도 혼인 파탄에 관해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며 체류 자격이 없다고 판단했다. 출입국관리법 시행령의 ‘책임 없는 사유’를 ‘상대방에게 전적으로 책임이 인정된 경우’로 좁게 해석한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 조항을 보다 폭넓게 해석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이혼한 이주여성이 결혼이민 체류자격을 부여 받기 위해서는 혼인파탄에 관해 한국인 배우자에게 전적인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일 필요가 없고, 한국인 배우자에게 주된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이주여성에게 아무런 귀책사유가 없는 경우에만 체류자격을 부여해서는 안되고, 상대적으로 작은 귀책사유가 있다는 점만 입증되면 체류연장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정상적 혼인 관계를 유지할 수 없어 이혼에 이르게 된 것이 한국인 배우자의 전적인 귀책 사유 탓인 경우에만 체류 자격을 연장해 준다면, 외국인 배우자로서는 혼인 관계를 적법하게 해소할 권리를 행사하는 데 소극적일 수밖에 없고 한국인 배우자가 이를 악용해 외국인 배우자를 부당하게 대우할 가능성도 생긴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한국인 배우자의 부당한 대우로 이혼을 했는데도, 추방 위기에 처한 결혼이주여성의 인권을 보호하는 판결”이라고 풀이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