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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정벌레차’ 폴크스바겐 비틀, 81년 만에 역사 뒤안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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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정벌레차’ 폴크스바겐 비틀, 81년 만에 역사 뒤안길로

입력
2019.07.10 11:30
수정
2019.07.10 22:1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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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4월 이스라엘 야쿰에서 열린 ‘비틀클럽’ 모임. AP 연합뉴스
2017년 4월 이스라엘 야쿰에서 열린 ‘비틀클럽’ 모임. AP 연합뉴스

‘딱정벌레차’로 불리는 독일 폴크스바겐의 소형차 비틀이 단종됐다. 1938년 처음 세상에 나온 지 81년 만이다.

9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은 “10일 멕시코 푸에블라에 있는 공장에서 폴크스바겐이 생산하는 마지막 비틀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폴크스바겐은 이 같은 단종 계획을 지난해 9월 발표한 바 있다. 마지막으로 공장 조립 라인을 통과한 비틀은 푸에블라에 있는 폴크스바겐 박물관에 전시될 예정이다.

AP통신에 따르면 비틀은 1930년대 나치 지도자 아돌프 히틀러의 ‘국민차’ 프로젝트로 설립된 폴크스바겐(독일어로 ‘국민차’)의 대표작이다. 히틀러의 지원을 받은 오스트리아 자동차 제작자 페르디난트 포르셰가 디자인을 맡았으며, 1938년 처음 생산됐다. 하지만 폴크스바겐은 2차 세계대전 때까지 비틀의 완전 생산에 돌입하지 못했고, 전쟁이 발발하면서 자동차 공장은 군용 차량을 만드는 데 이용됐다.

비틀은 전후 전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주요 모델로 떠오르며 독일 경제부흥과 중산층 번영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민간 자동차 업체로 재탄생한 폴크스바겐은 1955년까지 비틀 100만대를 생산했다.

1938년 5월 독일 로어색소니주에서 열린 폴크스바겐 자동차 공장 개장식에 참석한 아돌프 히틀러.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1938년 5월 독일 로어색소니주에서 열린 폴크스바겐 자동차 공장 개장식에 참석한 아돌프 히틀러.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비틀은 전 세계 사람들의 머릿속에 각인됐다는 점에서 ‘코카콜라’ 등과 함께 세계화의 상징이기도 하다. 특히 1960년대 미국에서 히피 문화와 함께 큰 인기를 끌었다. 1968년 한 해 동안 미국에서만 전체 생산량의 40%에 해당하는 56만3,500대가 팔릴 정도였다. 그해 디즈니 영화 ‘러브 버그(The Love Bug)’에 등장한 ‘허비’의 실제 모델이 되면서 마케팅 효과까지 누렸다. 당시 “작게 생각하라(Think Small)”는 비틀의 광고 문구가 널리 회자되기도 했다.

폴크스바겐은 1978년 ‘골프’ 등 다른 모델에 집중하며 비틀의 유럽 생산을 중단했다. 하지만 중남미에선 계속 생산을 이어 갔고, 1997년 멕시코 공장에서 딱정벌레형 외관을 유지하면서 내부를 새롭게 단장한 ‘뉴비틀’을 내놔 미국에서 잠시 인기를 끌었다. 2012년에는 평평한 지붕, 널찍한 트렁크를 특징으로 하는 새 버전도 출시했다. 그러나 첫해에만 반짝 성공을 거뒀을 뿐 판매량은 계속 줄어들었다. 특히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큰 차에 대한 선호와 전기차로의 전환 흐름 탓에 비틀의 경쟁력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폴크스바겐이 2015년 배기가스 조작 사건에 휘말린 점도 생산 중단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다만 지난해 하인리히 웹켄 당시 폴크스바겐 북미법인 최고경영자(CEO)가 비틀 재생산 여부에 대해 “불가능은 없다”고 말한 만큼 언젠가 새로운 비틀이 출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스콧 케오그 현 CEO도 성명을 내고 “비틀이 없는 폴크스바겐은 상상할 수 없다”며 “비틀이 우리 브랜드의 발전에서 해왔던 역할을 영원히 간직할 것”이라고 했다. AP는 “80여년을 아우르는 시간 동안 수많은 것을 상징했던 자동차가 막다른 길에 닿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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