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친한파 정치인으로 꼽히는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일본 총리는 10일 일본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보복 성격의 국내 수출 규제를 둘러싼 한일 갈등이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가운데 양국 간 ‘물밑 협상’ 없이는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것이라 지적했다. 감정이 상호 간에 고조되면 결국 무의미한 싸움으로 번질 수밖에 없다면서 국민들에게 냉철한 대처를 당부하기도 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아베 총리 주도 하에 이뤄지고 있는 지금의 일본 정부의 강경한 자세에 대해선 어떤 형태로든 수면 하에서라도 서로 협의를 해서 이 정도 선에서 마무리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본에서 8월 중순에 추가 규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아직 남아 있다. 상황이 더욱 악화되지 않을까 매우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또 “이럴 때는 관료들끼리라도 만나서 수면 하에서, 수면 하가 아니라도 서로 대화를 나눠서 협의를 통해 풀어가는 일들을 계속 지속시켜 나가야 된다”며 “일본에 있어서도 결코 유리한 조치가 아니었고 결국 일본에도 되돌아올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타협점을 찾는다면 수출 규제 조치가 철회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일본의 이번 수출 규제가 경기 침체에 대한 자국민의 불만을 달래주기 위한 조치라고도 설명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현재 정권이 중국과는 관계가 양호해지는 상황에서, 한국에 대해 좀 더 강경한 태도를 취하면 일본 국내 경기 침체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감정이 상호 간에 고조되면 결국에는 무의미한 싸움으로 번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감정을 상호 절제하는 방법을 생각해보는 것도 하나의 해결책이지 않을까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또 “중요한 것은 역사의 사실을 서로 간에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라며 “일본도 정확히 역사를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고, 한국의 여러분들도 이러한 상황을 냉철히 대처해 나가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이날 “일본 정부의 지금 태도는 결코 옳지 않다”고 여러 번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정치 문제는 정치로 끝내야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처럼 경제적인 면에 얽혀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선 안 될 것”이라고 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피해국에 피해를 당한 사람들에게는 그들이 더 이상 사과하지 않아도 된다고 할 때까지 계속 사과를 해야 하고, 사과하는 마음을 계속 가져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아베 총리의 발언 같은 말들이 계속된다면 자손들은 언제까지나 가슴 속에 앙금을 품고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이) 더 이상 사과하지 않아도 된다는 그런 단계가 왔을 때 그제서야 이 전쟁과 상관없는 다음 세대 자손들이 전쟁과 상관없어지는 그런 날이 하루라도 빨리 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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