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우연한 계기로 고양이를 만나 인연을 맺게 됐을 때, 흔히 고양이로부터 ‘간택’ 받았다는 말을 쓰곤 하는데요.
안전하게 생활할 곳이 없는 길고양이들은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을 찾아 이곳 저곳을 떠돌곤 합니다. 절에 들어가 스님 곁에서 머물거나 학교를 활보하며 학생들로부터 보살핌을 받는 등, 특정한 장소를 선택해 사람의 도움을 받는 길고양이들도 더러 있죠.
느닷없이(?) 길고양이의 선택을 받은 한 성당
지난달 28일 동물전문매체 ‘더도도(The Dodo)’는 브라질 상파울루 주의 한 '성당'에 길고양이 한 마리가 보금자리를 마련했다는 소식을 상세히 전했는데요.
정확한 날짜는 확인된 바가 없지만, 이 얼룩 고양이는 몇 달 전 ‘상 세바스치앙(São Sebastião)’이라는 성당에 들어와 사람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생활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성당 사람들로부터 ‘주니어(Junior)’라는 예쁜 이름도 얻게 됐죠. 성당 측은 ‘주니어’가 갑작스럽게 모습을 드러내 한편으론 당황스러웠지만, ‘주니어’ 덕분에 “성당 분위기가 더 따뜻해졌다”며 고양이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습니다.
주니어는 성당을 이끌고 있는 오스발도 보라시니(Osvaldo Boracini) 신부를 특히나 잘 따른다고 합니다. 매 주일마다 신부를 따라 미사를 보는 곳으로 들어간다는 주니어는, 가끔 신부와 가장 가까운 설교단 위로 ‘펄쩍’ 뛰어올라 애교를 선보이며 미사를 방해한다고 하는데요. 모두들 미소를 지으며 고양이를 잠시 바라볼 뿐, 주니어를 쫓아내거나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은 그 동안 아무도 없었다고 합니다.
물론 주니어가 미사시간 내내 설교단 위에 있는 것은 아닙니다. ‘기도’란 개념을 알 리 없는 이 고양이는 미사 도중 복도를 이리저리 돌아다니거나, 성당 구석에 앉아 열심히 몸 이곳 저곳을 그루밍하며 시간을 보내곤 하는데요. 가끔 ‘헌금 바구니’ 속에 들어가 열심히 기도 중인 신자들의 시선을 빼앗는다고 합니다.
더도도에 따르면, 주니어는 종종 사람들 품에서 쉬고 싶을 때, 신도 중 한 명을 골라 무릎 위에 올라앉는다고 하는데요. 주니어의 선택을 받은 ‘운 좋은’ 신자는 미사가 끝날 때까지 무릎에서 낮잠을 자는 고양이와 함께 기도할 수 있는 특권을 누리게 됩니다.
주니어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성당 측은 주니어를 맞이한 이후로 신도의 수가 전에 비해 늘었다며 이 특별한 고양이에게 고마움을 전했습니다. 주니어의 귀여운 일상을 접한 전 세계 시민들은, 상 세바스치앙 성당의 페이스북 계정을 찾아 “하늘에서 성당을 찾아온 천사 같다”, “주니어에게 늘 행복만 가득했으면 좋겠다”는 등 고양이와 성당의 축복을 기원하는 메시지를 남기고 있습니다.
아직 세상에는 안전한 곳을 찾아 헤매는 떠돌이 고양이들이 많습니다. 이들 중에는 보호자로부터 버림을 받았거나 서열 싸움에서 밀려 새로운 안식처를 찾고 있는 고양이들도 있을 텐데요. 오랜 길거리 생활에 지쳐있을 이들이, 주니어처럼 하루빨리 특별한 ‘묘연’을 찾을 수 있길 간절히 바라 봅니다.
서희준 동그람이 에디터 hzuney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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