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통한 ‘우회 수출’ 타진… 10일 청와대 간담회 못 가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해 일본을 방문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오는 11일까지 현지에 남아 일본 재계ㆍ금융권 관계자들과 계속 접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10일 청와대에서 열리는 문재인 대통령 주재 기업인 간담회에도 이 부회장은 참석하지 못한다. 재계에서는 상황이 예상보다 심각해 이 부회장의 현지 체류 일정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재계와 일본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7일 일본 출장길에 오른 이 부회장은 8일부터 이틀째 일본 경제계 인사들과 연쇄 접촉을 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부친인 이건희 회장 시절 만들어진 일본 부품 협력사 오너들과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이번 사태에 대한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인사들을 만나고, 여러 경로를 통해 ‘간접 지원’이 가능한지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반도체 소재를 생산하는 일본 기업들의 해외 공장을 통해 ‘우회 수출’이 가능한 지에 대해서도 현지 관계자들과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일본 경제인과의 접촉을 늘리기 위해 귀국 일정도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ANN방송은 “이 부회장이 오는 11일쯤까지 일본에 머물며 대형은행, 반도체 업체 등과 만나 수출 규제 조치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할 것”이라고 보도 했다.
당초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간담회 참석을 위해 9일 귀국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사태 심각성을 감안해 일본 출장 일정을 더 늘려야 한다고 판단, 이런 뜻을 청와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출장 일정을 중간에 중단하기 어렵다는 이 부회장의 뜻을 청와대가 받아들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일본 출장 일정이 더 늘어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이 일본 정부의 허가 없이 한국에 반도체 관련 소재를 수출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데다, 외교 문제로 촉발된 이번 사태가 경제계 인사들과의 교류만으로 쉽게 해결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예정됐던 청와대 간담회 일정을 건너뛰고 현지에 더 머문다는 것은 현지 사정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뜻”이라며 “뾰족한 해법을 당장 찾기 어려워 이 부회장의 일본 체류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일본 출장 일정에 대해서는 전혀 공유된 바가 없다”며 “10일 열리는 청와대 간담회 참석 여부도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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