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회> 전세계 커피 농가들의 눈물
에티오피아 이르가체페의 한 가공시설에서 마을 사람들이 과육을 벗겨낸 커피를 말리고 있다. 커피가 대중적인 음료가 되는 데는 이들의 값싼 노동력이 중요한 이유가 되기도 한다. 최상기씨 제공

제국주의 시대 이후 커피의 생산국과 소비국은 완전히 이원화됐다. 커피벨트에 자리한 식민지에서 생산된 커피가 유럽 열강으로 보내지기 시작한 이후, 커피 소비와 생산의 불균형은 지금껏 계속되고 있다. 소비국에서의 커피가 보편적인 음료로 수요가 늘어나는데 반해, 커피 생산자들은 고된 노동의 대가로는 턱없이 낮은 보상에 신음하고 있다.

산지의 커피 가격은 왜 그렇게 낮은 것일까? 왜 에티오피아 커피 농가들은 생존과 생계의 위협을 받으며 힘겨운 날들을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국제 시세에 있다. 현재 뉴욕 상품거래소에서 사고파는 커피 가격은 40년 전 선물시장이 처음 문을 열었을 때와 비교하면 절반 남짓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8배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현재의 커피 가격은 터무니 없다. 거시적으로 커피 가격은 소비 국가의 수요와 생산 국가의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데, 크게 늘어난 커피 생산량이 지난 반세기 국제 커피 가격을 지속적으로 짓눌러 온 것이다.

커피는 2차 세계대전 이후 1950년까지 꾸준히 오름세를 유지하다가 이후 생산량 증가로 가격이 내리기 시작했다. 1962년 남미의 커피 생산국들을 중심으로 가격 유지를 위한 국제협정(ICAㆍ International Coffee Agreement)을 체결하고, 이를 소비국까지 확대해 국제 커피시장의 안정을 꾀했다. 그러나 1989년 미국이 자유무역을 이유로 돌연 협정에서 탈퇴하면서 커피 가격은 급락했다.

게다가 베트남은 1990년대 저가의 로부스타 커피 생산량을 1,400%나 성장시키면서 수 년 만에 커피대국으로 성장했고, 세계 최대 아라비카 생산국인 브라질도 같은 기간 두 배 이상 생산량을 늘렸다.

브라질과 베트남은 대형 플랜테이션 농장에서 기계로 커피체리를 수확하면서 생산효율이 급격히 늘어났다. 그러나 세계무역기구(WTO) 자유무역 시대에 이들과 경쟁해야 하는 에티오피아 소농들은 그런 대량생산 시스템에 맞서는 것이 불가능했다. 국제 커피 시세가 생산비용 이하로 떨어지면 에티오피아 커피 농가들의 생계와 의료비, 아이들 학비는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이 되고, 결국 고리의 빚만 쌓이게 된다.

과잉 공급의 문제만큼은 아니더라도 커피의 복잡한 공급사슬 또한 중요한 이유가 된다. 커피가 최종 소비자까지 도달하는 데는 재배농민을 시작으로 가공시설, 수매업체(중간상인), 영농조합, 도정공장, 커피 거래소 시장, 수출업체, 메이저 곡물회사, 수입업체, 로스팅 업체(제조업체), 커피전문점 또는 소매 유통시장 등 다수의 이해관계자들을 거치게 된다. 산지와의 직거래(Direct Sourcing) 등 공급 사슬을 단순화하는 움직임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농작물인 커피가 한 잔의 음료로 전달되는 데는 상당히 많은 참여자들의 손을 거치면서 가격이 오르는 것이다.

아울러 전 세계 커피 거래의 40%를 움직이는 4대 메이저 곡물회사와 내로라하는 글로벌 커피업체들까지 가세하면 엄청난 규모의 커피가 소수 다국적 기업들의 손에서 거래된다. 이들이 커피 수급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가격이다. 대기업 구매부서의 미션이자 목표는 얼마나 낮은 가격에 커피원료(생두)를 사들여 원가를 낮추고, 이익을 극대화해 주주들의 이해에 부합할 것인가에 맞춰져 있다. 그들은 매일 뉴욕 선물거래시장(ICE)의 시세표를 주시하고, 이를 토대로 에티오피아 상품 거래소(ECXㆍEthiopia Commodity Exchange)와 같은 국가별 곡물 시장에서 대량으로 커피 원두를 사들인다. 최근 몇 년처럼 국제 커피 가격이 안정하향세를 이어가면 이들 소수 글로벌 기업들의 이익과 그에 비례한 주식가치 및 투자자들의 배당금은 늘어난다. 하지만 그렇게 늘어난 이익이 산지의 농민들에게는 돌아가지 않는다.

다른 곡물도 마찬가지지만, 커피도 원료 자체로는 부가가치가 매우 낮다. 대부분의 커피 생산국은 저개발국가, 또는 개발도상국들이고, 글로벌 환경 시장에서 유명세를 떨치는 커피 브랜드는 커피 소비국의 대기업들이다. 물론 에티오피아와 같은 커피 생산국에서도 생두를 가공해 상품화를 하지만, 에티오피아로부터 로스팅한 커피 또는 소매시장에서 판매할 수 있는 완제품으로 수입하는 외국기업은 거의 없다.

농업으로서 커피의 부가가치는 제조업 또는 서비스업 차원의 커피에 비해 턱없이 낮다. 반대로 농업 단계에서의 커피 생산에 들어가는 비용은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한마디로 채산성이 낮은 것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커피 생두는 같은 기간 유럽이나 북미의 카페에서 판매되는 커피음료 가격의 1~3% 수준이고, 슈퍼마켓에서 판매되는 로스팅한 원두커피 가격의 2~6% 수준에 불과하다. 물론 좀 더 깊이 들어가보면 유통, 제조업에서의 커피 가격이 높게 책정될 수밖에 없는 복잡한 이유들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점은 농업으로서의 커피의 부가가치가 선진국 중심의 제조와 서비스업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다는 점이다.

에티오피아의 어느 커피 가공시설에 모인 마을 부녀자들이 커피를 선별하고 있다. 꽃 향 그윽한 이르가체페 커피 한 잔에는 이들의 고단한 노동과 힘겨운 현실이 녹아 있다. 최상기씨 제공

커피 농사는 부가가치가 낮은 데 반해 리스크는 높다. 기본적으로 낮은 수매가격 외에도 가뭄이나 홍수, 냉해로 인한 자연재해나, 커피 녹병 등 병충해의 불가역적인 외생변수는 에티오피아 커피 산업과 농민들에게는 그대로 재앙이 된다. 국내에서 소비되는 내수용 농작물의 경우 자연재해로 인한 공급 부족은 가격 인상을 통해 경제적 위험을 줄인다. 하지만 커피처럼 대부분 수출에 의존하는 농산물의 경우 전세계 커피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기 때문에 생산량이 급감하더라도 이를 상쇄시킬 만큼 커피 가격은 오르지 않는다. 에티오피아의 경우 세계 6위의 커피 생산국이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 1980년대 아프리카 대기근이나, 2000년대 초반 동아프리카의 큰 가뭄에도 커피 가격은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자연재해로 이 지역 수확량이 크게 떨어지더라도 국제 커피 시세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듯 WTO 체제에서의 에티오피아 커피 농가들은 자신들이 땀 흘려 농사를 지은 것과 상관없이 세계적인 가격 추세에 따라 주머니에 들어오는 수입이 결정된다. 예컨대 베트남의 로부스타 농장이 늘어나고, 과테말라에서 커피 잎마름병이 유행하는가 하면, 브라질에서 새로운 비료가 개발되어 생산량이 증가하는 등 다른 나라에서 발생된 요인들로 인해 그들이 손에 쥐는 수익이 정해지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커피 농가뿐 아니라, 에티오피아나 브룬디처럼 커피산업의 의존도가 높은 농업 국가들의 경우 전체 국가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반대로 제조와 서비스업 중심의 선진국 커피 기업들은 국제 커피 가격이 하락하면 원가 하락에 따른 이익을 늘리고, 국제 커피 시세가 오르면 이를 구실로 커피 소매 판매 가격을 인상해서 위험을 분산시킨다. 커피 소비자들이 국제 원유 시세에 연동되는 자동차 기름값만큼 국제 커피 가격에 민감하지 않는 것이 커피를 제조하거나, 유통하는 기업들에게는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40년 전의 절반 수준인 커피 가격. 이 짓눌린 생산지 커피 가격을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에만 맡겨둘 수밖에 없을까. 이 거대한 불균형의 거래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당장 내일을 걱정해야 하는 이르가체페 커피 농가들의 한숨과 눈물이 잦아들게 할 수는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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