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WTO 회원국 대상 우군 확보” 한일 외교전쟁도 불붙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WTO 회원국 대상 우군 확보” 한일 외교전쟁도 불붙다

입력
2019.07.09 18:03
수정
2019.07.09 21:15
5면
0 0

 NHK “일본, 한국의 무역관리에 부적절한 사안 발생 강조할 듯” 

 한국은 “근거 없는 주장일 뿐” 구체적인 증거 제시 거듭 촉구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9일 오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자료를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9일 오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자료를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 강화로 촉발된 양국 간 경제충돌이 국제사회를 무대로 한 외교전으로 비화했다. 양국은 세계무역기구(WTO) 이사회에서 자국의 입장을 설명하고 상대국을 압박하기 위해 우호 세력을 더 많이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WTO가 미국의 보호주의를 제어하지 못하며 위상이 약화한 데다 갈등이 장기화할수록 양국은 물론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실익이 크지 않다. 우군을 확보하는 외교전과 별개로 양국 간 협의를 통한 해결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일본 정부는 9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WTO 이사회에서 회원국들에 “일본의 조치가 안보 상 필요한 조치로 WTO 규정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다. 한국 정부가 이 자리에서 회원국들에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를 ‘보복적 성격’으로 규정, WTO 협정을 위반하는 부당한 조치임을 설명하자 맞대응에 나선 것이다.

일본은 WTO 회원국을 대상으로 이번 조치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 등으로 양국 간 신뢰가 깨진 상황에서 안전보장 상 한국의 수출관리에 부적절한 사안이 발생, 국내 조치를 재검토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WTO 협정 위반 논란을 피해가기 위해 안보상 이유를 강조하며 대북 제재와 연관 지어 “한국의 무역관리를 둘러싼 부적절한 사안이 발생했다”고 주장할 것을 준비해 왔다.

일본이 비공개 회의에서 ‘부적절한 사안’에 대한 이제까지의 의혹 수준을 넘어 분명한 근거를 제시했을지 주목된다. 국제 여론을 설득하려면 지금보다는 명확한 근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일본 정부는 그간 구체적 설명 없이 “무기 제조에 전용될 수 있는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에 대한 한국 기업의 발주가 급증한 바 있다”며 이것이 북한에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을 언론에 흘려 왔다.

NHK도 이날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안보상 부적절한 사례가 다수 있었다”며 유사한 사례를 보도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 기업이 사린가스 등 화학무기 제조에 전용될 수 있는 에칭가스를 생산하는 일본 회사에 납품을 재촉하는 일이 일반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산업성은 이를 문제 삼아 일본 기업에 의견 청취와 현장 검사를 통해 개선을 요구한 반면, 한국은 무역관리 체계가 미흡해 한국 기업에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이에 한국은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하며 보다 명확한 증거 제시를 요구하고 있다.

더욱이 일본 정부가 이날 수입 규제 강화 철회와 성의 있는 협의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요구를 거부하면서 양국 간 갈등은 장기화할 전망이다. 한국에선 이번 조치가 오는 21일 참의원 선거를 겨냥한 국내 정치적 목적이 있는 만큼 선거 이후 일본의 태도가 다소 누그러질 수 있다는 기대 섞인 해석도 나왔다. 그러나 일본의 외교소식통은 도쿄(東京)신문에 “참의원 선거 후에도 아베 총리가 태도를 누그러뜨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규제강화 대상품목 확대를 검토하면서 징용문제 해결과 관련해 한국에 압박을 지속하겠다는 것이다.

자민당의 반응은 더욱 싸늘하다. 경제재생장관 출신의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자민당 중의원 의원은 기자단에 “자신의 말만 들어달라는 것으로는 국제적인 신뢰관계가 성립할 수 없다”며 “좀 더 어른스럽게 행동하는 쪽이 좋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가 징용문제와 관련해 일본 정부의 협의 요청에 응하지 않았으면서 일본에 수출강화 조치에 대한 협의를 요청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한일 양측을 잘 아는 외교소식통은 “당장은 일본의 부당성을 알리는 외교전에 나설 수밖에 없지만 WTO의 분쟁해결 기능은 미국의 방관으로 유명무실화하고 있다”며 “이보다 일본의 무역조치 강화로 아직 한국에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고, 한국 대법원의 판결에도 일본 기업의 압류자산이 매각되지 않은 현 상황에서 양국 간 협의의 틀부터 만드는 게 현실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