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스-포니니 벌금에 이어
세계 1위 바티의 코트 배정 논란까지 확산
나달 “조코비치도 항상 센터코트에서 경기 안 해”
선수들의 경기가 빛나야 할 전통의 윔블던 테니스대회가 남녀 차별 논쟁으로 얼룩졌다. 남녀 선수간 벌금 액수부터 코트 배정까지 논란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첫 발단은 세레나 윌리엄스(39ㆍ미국ㆍ44위)의 잔디 훼손에서 시작됐다. 윌리엄스는 대회 개막 하루 전인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연습 세션 도중 라켓으로 코트의 잔디를 내리쳐 훼손했다는 이유로 8일 윔블던측으로부터 1만달러(약 1,182만원)의 벌금 징계를 받았다. 올잉글랜드클럽은 잔디 상태를 최상으로 유지하기 위해 선수들의 코트 훼손을 엄금하고 있다.
문제는 윌리엄스의 벌금 액수가 파비오 포니니(32ㆍ이탈리아ㆍ10위)가 받은 벌금 액수보다 2배 이상 많다는 것이었다. 포니니는 6일 테니스 샌드그렌(28ㆍ미국ㆍ94위)과의 남자단식 3회전 경기에서 0-3(3-6 6-7<12-14> 3-6)으로 패한 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망할 영국. 이 경기장에서 폭탄이 터졌으면 좋겠다. 반드시 폭탄이 터져야만 한다”고 폭탄 발언을 했다. 그는 잔디 상태가 좋지 않은 14번 코트에 자신의 경기가 배정된 것에 분노해 이 같은 망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윔블던은 세계 2차 대전 당시 센터 코트 지붕이 폭탄 공격에 의해 무너졌던 곳이라 포니니의 발언은 현지에서 더욱 민감하게 받아들였다. 포니니는 이후 “누군가를 공격할 의도는 아니었다”며 곧바로 사과했지만 3,000달러(약 354만원)의 벌금 징계를 받았다.
팬들은 모욕적인 언사를 한 포니니보다 잔디를 훼손한 윌리엄스의 벌금 징계가 어떻게 더 중할 수 있냐며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했다. 미국 NBC의 리포터 에릭 페리는 트위터에 “윌리엄스(여성)은 뜻하지 않게 연습 중 잔디를 훼손해 1만달러의 벌금, 경기에서 졌다고 ‘윔블던에서 폭탄이 터졌다고 한 포니니(남성)는 3,000달러의 벌금을 받았다. 분명히 문제가 있다”는 글을 게시해 남녀간 차별적인 행정 실태의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 가운데 코트 배정에서도 잡음이 새어 나왔다. 여자단식 1번 시드를 받은 애슐리 바티(23ㆍ호주ㆍ1위)가 윔블던에서 치른 4경기 중 단 한 경기도 센터 코트에서 치르지 못하면서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 것. 바티는 결국 8일 2번 코트에서 열린 16강에서 앨리슨 리스크(29ㆍ미국ㆍ55위)에게 1-2(6-3 2-6 3-6)로 역전패하며 올해 윔블던 센터 코트에 설 기회가 사라졌다.
바티의 여자복식 파트너인 빅토리아 아자렌카(30ㆍ벨로루스)는 5일 3회전에서 시모나 할렙에 패한 뒤 “지난 프랑스오픈에 이어 남녀 선수간 코트 배정에 차별이 분명히 존재한다”며 “남은 일정에서는 반드시 고쳐져야 할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우리는 상금에서의 평등을 위해 오랫동안 싸워왔다”며 “이제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할 때”라고 강조했다.
지난 5월 프랑스오픈에서는 남자단식 준결승 2경기가 모두 센터 코트인 필리프-샤트리에 코트에서 열린 반면, 여자단식 준결승 한 경기는 수잔-랑글랑 코트, 또 다른 한 경기는 시몽-마티외 코트에서 열리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이런 논란에 대해 16강 경기를 센터 코트에서 치른 라파엘 나달(33ㆍ스페인ㆍ2위)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8일 16강전에서 주앙 소우자(30ㆍ포르투갈ㆍ69위)를 3-0으로 간단하게 물리친 나달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센터 코트에서 배정된 경기가 박진감 넘칠지 아닐지는 경기가 시작해야 알 수 있는 것”이라며 “코트 배정이라는 어려운 업무를 맡은 이들은 공격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나달은 또 바티가 세계랭킹 1위임에도 센터코트에 배정되지 못했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나도 세계랭킹 2위고 그랜드슬램을 18회 우승한 선수”라며 “어떤 결정이 옳다 혹은 그르다를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고 못박았다. 이어 “바티는 세계 최고의 선수이자 프랑스오픈 우승자지만 오늘 같이 많은 선수가 경기를 치러야 할 땐 심지어 조코비치도 센터코트에서 경기를 하지 못한다”며 “나도 프랑스오픈 2회전을 수잔-랑글랑에서 치렀다. 오히려 지금 센터 코트에서는 다른 여자 선수들이 플레이를 하고 있지 않는가”라며 반문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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