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핵합의(JCPOAㆍ포괄적 공동행동계획)의 선을 계속 넘고 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3일 예고했던 우라늄 농축도 제한(3.67%)을 뛰어넘은 사실이 8일(현지시간) 공식적으로 확인됐다. 1일 저농축 우라늄 저장 한도 초과 사실을 인정한 데 이어 연이은 합의 위반이다. 2015년 7월 타결된 핵합의가 지난해 미국의 일방적 탈퇴로 흔들린 데 이어 이란의 위반 역시 계속되는 상황 속에 유럽의 ‘균형자’ 역할이 요구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아마노 유키야(天野之彌)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8일 IAEA 이사회에 현장 사찰단이 이날 이란의 우라늄 농축도를 검증했다면서 이같이 보고했다. 현지 사찰단이 온라인 모니터링과 샘플을 분석한 결과다. IAEA는 이란이 어느 정도로까지 우라늄을 농축했는지 공개하지 않고 상한을 넘어섰다고만 밝혔으나,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은 현지 사찰단에 농축도를 4.5%로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베흐루즈 카말반디 이란 원자력청 대변인도 같은 날 오전 미국의 일방적인 핵 합의 탈퇴에 대응해 핵 합의 이행을 축소하는 2단계 조처로 우라늄 농축 농도를 4.5% 이상으로 높였다고 공식 발표했다.
유럽은 이란 핵합의를 지속시키기 위해 중재에 나선 모습이다. 이란의 우라늄 농축 농도 제한 위반이 알려진 8일 유럽 외교 당국은 이란이 핵합의를 준수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워싱턴포스트(WP)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로하니 대통령과 1시간여 전화통화를 가졌고, 이란에 최고 외교 자문을 파견했다고 이날 전했다. 마야 코치얀식 유럽연합(EU) 대변인도 즉각 성명을 발표해 “우리는 이란이 핵합의를 훼손하는 추가 조치를 취하지 않기를 촉구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은 이란이 미국의 일방적인 핵합의 탈퇴에도 불구하고 1년여 동안 핵합의를 지켜온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제재 일변도로 이란을 대하는 것이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주장이다. 도미니크 모이시 몽테뉴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유럽은 중간자 위치에 머무르길 원한다”면서 “현 상황에서 유럽은 이란이 가능한 한 합리적으로 행동하도록 촉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8일 이스라엘 일간 하라츠와의 인터뷰에서 “유럽은 이란이 핵무기에 사용할 수 있는 우라늄 농축 제한을 넘어가면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약속했다”며 “(이란은) 유럽을 시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유럽이 약속을 지키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여 EU 차원에서 이란에 대한 제재를 요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