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계 삭감안 비상식적” 철회 요구… 공익위원 압박 전략 해석도
업종별 최저임금 적용 부결에 반발하는 의사표시로 경영계가 두 차례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를 보이콧한데 이어, 이번에는 노동계가 경영계의 최저임금 삭감안에 반대의사를 표시하기 위해 최임위를 보이콧했다.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 시한이 6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양측의 기싸움으로 심의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제10차 전원회의가 열렸지만 근로자 위원 9명은 전원 참석하지 않았다. 근로자위원들은 사용자위원 측의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8,000원, 올해 대비 4.2% 삭감) 철회를 요구했다. 근로자위원들은 이날 오전 입장문을 내고 “최저임금 인상률을 마이너스로 회귀하자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비상식적 행위”라며 “사용자위원들이 최소한의 상식을 갖춰 대화의 장에 들어온다면 근로자위원들도 성실하게 논의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는 근로자위원 없이 사용자위원 8명, 공익위원 9명 등 총 17명이 참석해 진행됐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은 모두 발언에서 “서로 다른 생각과 입장을 가진 당사자들의 소통과 공감이 (최저임금)제도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기본 전제인데 근로자 위원들의 불참에 심각한 유감을 표명할 수밖에 없다”며 “적어도 오는 11일까지 2020년 최저임금수준에 관한 논의를 종결하는게 바람직하지 않겠느냐”고 근로자 위원들의 복귀를 촉구했다. 고용노동부는 최저임금의 최종 고시를 위한 이의 제기절차 등에 소요되는 시간을 고려하면 늦어도 오는 15일까지는 의결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시간이 촉박하다. 최임위는 오는 10일과 11일에도 연달아 전원회의를 열 계획이다.
최임위는 이날 노사 양측으로부터 내년도 최저임금 요구안의 수정안을 제출 받을 계획이었지만, 사용자위원들은 근로자위원들이 불참했다는 이유로 수정안을 내지 않았다. 노사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으면 공익위원들이 일정 범위의 심의 촉진 구간을 제시하고 이 안에서 논의ㆍ표결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경영계는 최임위 전원회의에 앞서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공익위원안을 선제적으로 제시해달라고 요구했다. 노동계는 공익위원들이 지나치게 낮은 촉진 구간을 제시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날 회의 후 공익위원들은 “노사 양측의 수정안을 받기 전까지는 자체안을 내놓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노동계가 10일 열릴 최임위에 복귀할지는 불투명하다. 최저임금법은 사용자ㆍ근로자위원 중 한쪽이 정당한 사유 없이 두 번 이상 불참하면 출석한 위원들만으로도 의결할 수 있게 돼 있다. 노동계가 10일 회의에도 불참하면 11일 열릴 회의에서 근로자 위원 없이 표결을 강행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근로자 위원 일부는 공익위원안이 기대에 크게 못 미치면 표결에 참여해도 의미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근로자위원들은 10일 오전10시에 복귀 여부를 최종 발표할 예정이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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