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황제주’로 불리는 고가 주식 1주를 잘게 쪼개 사고 파는 서비스가 조만간 국내 주식을 대상으로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개인 투자자에겐 소액으로 우량주를 보유할 길이 열리는 셈이지만, 액면분할이 활발한 국내 증시 특성상 별 실효성이 없을 거란 지적도 나온다.
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신한금융투자(이하 신한금투)는 최근 금융위원회에 해외 주식을 소수점 단위로 쪼개 판매하는 서비스에 대해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신청했다. 이르면 이달 중 심사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앞서 신한금투는 지난해 10월 해외 주식을 0.1, 0.01주 등 단위로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예컨대 미국 나스닥 시장에서 아마존 주식을 1주 사려면 약 230만원(8일 종가 기준)이 필요했는데, 0.01주로 쪼개 살 경우 단돈 2만3,000원이면 아마존 주주가 될 수 있는 셈이다. 미국도 주식 거래는 최소 1주 단위로 가능하지만, 증권사가 주식을 구매해 투자자들에게 나눠 판매하는 것은 가능하다. 신한금투도 주식을 증권사가 선구매한 뒤 투자자에게 판매하는 구조다.
취지는 좋았지만 이 서비스는 출시 직후 국내법과의 충돌 우려가 제기됐다. 개인 투자자나 증권사는 보유 주식을 예탁결제원에 등록해야 하는데, 1주 단위로만 가능하다. 때문에 신한금투는 증권사가 보유한 소수점 단위 주식을 투자자 이름으로 예탁하고 있다. 아마존 주식 0.1주를 보유한 A씨 명의로 증권사 소유분인 0.9주까지 더해 예탁하는 식이다. 이렇게 되면 실제 소유구조와 차이가 생겨 증권사와 투자자 간 주식 소유관계에 혼란이 생길 소지가 있다.
게다가 소수점 단위 매매는 증권사가 2인 이상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주식을 운용하고, 그 수익을 배분하는 구조로 본다면 증권사에 금지된 ‘집합투자업(자산운용업)’을 하는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 때문에 금융감독원은 지난 1일 신한금투 측에 금융당국의 법적 판단을 담은 ‘비조치의견서’를 보내고 우려를 표하면서도 “투자자의 주식 접근성을 높여 포트폴리오 관리에 장점이 있다”며 혁신금융서비스 신청을 권고했다.
금융당국은 주식 소수점 거래가 국내 주식에도 불가능하진 않다고 보고 있다. 취지에 공감하는 만큼 국내 주식에도 소수점 판매 서비스를 하겠다는 증권사가 나오면 허용을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내 자본시장법 체계를 감안하면 증권사가 주식을 구매한 뒤, 이를 기초자산으로 파생상품을 만들어 개별 투자자에게 분산 판매하는 형태를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행법상 개인의 장외파생상품 매매는 위험회피(헤지) 목적으로만 가능하기 때문에, 투자 수단으로 활용되기 위해선 관계 법령을 정비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법적 허용 여부와 별개로 소수점 단위 주식거래가 국내에선 별 수요가 없을 거란 지적도 있다. 해외시장과 달리 주당 100만원 넘는 고가주식이 2개(태광산업ㆍLG생활건강)에 불과해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처럼 거래량이 많은 주식은 대부분 액면분할이 이뤄진 상태여서 굳이 소수점 단위로 구매할 필요성이 적다”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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