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주택시장은 한마디로 ‘냉각기’였다. 6월 중순 이후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집값이 반등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상반기 내내 집값 하락과 거래량 감소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도권 분양시장만큼은 예외였다. 여전히 새 아파트에 살고 싶어하는 욕구가 높고, 가격에서도 기존 아파트보다 경쟁력이 있어 수요자들의 관심이 쏠렸다.
이 같은 청약시장의 인기는 하반기에도 계속될 걸로 보인다. 전국에서 분양 물량 19만여가구가 쏟아진다. 다만 변수는 더 많아졌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사업장 심사기준 강화와 이에 따른 후분양 전환 단지 속출, 민간택지의 분양가상한제 적용 등은 청약자들의 중요 체크 포인트다.
◇하반기 전국 19만여 가구 공급
9일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전국 아파트 분양예정 물량은 18만8,682가구(임대 포함 총가구수 기준)로 조사됐다. 경기도(7만4,070가구)에 가장 많은 물량이 예정돼 있고 서울에는 3만363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서울에서는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재건축 단지와 동대문구 전농동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 송파구 위례신도시의 호반써밋송파1,2차 등이 유망 단지로 꼽힌다. 수도권에서는 성남 고등지구와 과천 지식정보타운 등에서 분양이 예정돼있다.
하지만 지난 8일 분양승인을 받은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를 제외한 나머지 단지를 하반기 분양시장에서 실제 만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분양 일정에 영향을 주는 변수가 많은 까닭이다. 부동산114는 “이미 상반기 분양예정 물량 일부가 하반기로 연기된 상황에서 고분양가 사업장 심사 기준 변경과 10월로 예정된 청약업무 이관 등의 영향으로 분양 일정이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실제 상반기엔 HUG의 고분양가 규제로 한두 차례 분양 일정을 연기한 단지가 많았다. HUG는 지난달 고분양가 사업장의 분양보증 심사기준을 개정해 주변 시세의 110%를 분양가 상한 기준으로 삼던 것을 100~105%로 낮췄다.
이 때문에 6월 분양 예정 단지 중 절반 가까이가 일정을 하반기로 미뤘다. 부동산정보서비스 직방에 따르면 6월 분양이 예정됐던 58개 단지(4만8,240가구) 중 그대로 진행된 건은 29개 단지, 2만741가구에 불과했다.
◇분양가 규제 등 분양 일정 ‘변수’
하반기에는 HUG의 분양가 심사 기준 강화와 민간택지 분양 아파트에 대한 분양가상한제 시행이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우선 서울 강남과 경기 과천 등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HUG의 분양가 심사 기준 통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후분양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6월 분양 예정이었던 서울 강남구 상아2차 재건축 단지인 ‘래미안라클래시’는 후분양하기로 결정했다. 세운상가를 재개발하는 ‘힐스테이트세운’, MBC 사옥 부지를 개발하는 ‘브라이튼여의도’ 등도 분양 일정 조정에 나섰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 가능성도 있어 이를 피하기 위해 오히려 하반기 분양 일정이 앞당겨질 수도 있다. 분양가상한제 규제 시점 이후 입주자 모집공고를 하는 아파트는 선분양, 후분양 관계없이 모두 상한제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 분양가상한제 대상이 되면 분양가가 HUG의 심사 기준보다도 낮아질 가능성이 커 재건축 조합이나 건설사 모두 분양을 서두를 수 밖에 없다.
아파트 청약업무 이관도 분양 일정에 변수가 되고 있다. 아파트 청약업무는 오는 10월 금융결제원에서 한국감정원으로 바뀌어 진행된다. 현재 이를 위한 주택법 개정과 시스템 이관 등 처리해야 할 업무가 산적해 있다. 정부는 이 과정에서 2~3주일 가량 입주자모집공고 등 청약업무 중단이 발생할 것으로 보는데 업무 이관이 지연되거나 시스템이 불안하면 중단 기간은 이보다 길어질 수 있다. 10월 전후 분양예정인 아파트단지에는 또 다른 변수가 생긴 셈이다.
이런 이유로 분양을 통해 내 집 마련을 노리고 있다면 관심 있는 단지의 분양 일정을 챙기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사안이 됐다. 선주희 부동산114 책임연구원은 “올해 하반기 분양 일정은 어느 때보다 급변할 가능성이 높다”며 “하반기 청약을 고려하고 있다면 변동사항을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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