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씨 ‘별장 성접대’ 첫 공판 

‘김학의 사건’에 연루된 건설업자 윤중천씨가 지난 5월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이한호 기자

“과거 군사정권시절 간첩단 조작사건에서나 봤던 강압적인 수사태도였다. 검찰이 과거사를 반성하겠다는 취지를 잊고 ‘윤중천 죽이기’에만 몰두했다.”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 손동환) 심리로 열린 건설업자 윤중천(58) 피고인에 대한 첫 공판. 하늘색 수의를 입은 윤씨는 다소 긴장한 듯한 표정으로 법정에 들어섰다. 보통 첫 재판일에는 피고인이 나서서 자신의 입장에 대해 직접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윤씨는 재판 내내 침묵을 지켰다. “여론의 영향 받지 않고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재판하겠다”는 재판장의 설명에 “네”라고 대답했을 뿐이다.

대신, 변호인이 그를 대변해 목소리를 높였다. 변호인은 특히 검찰 수사 문제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윤씨 측 주장의 핵심은 2013년 성접대 동영상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었을 당시, 이미 동영상 속 인물이 김학의(63) 전 법무부 차관이라고 그 해 7월 첫 조사 때 이미 검찰에다 진술했다는 것이다. 그러면 검찰이 김 전 차관 등을 수사해 사법처리했으면 그만이다. 당시 이 사건을 덮어버린 건 검찰인데, 이 사건 처리가 문제가 되자 검찰은 또 다시 윤씨를 수사했다. 윤씨 측 변호인은 “왜 윤씨가 지난 6년간 대한민국을 혼란에 빠뜨린 원흉이 돼야 했는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3월 검찰과거사위원회가 김 전 차관 의혹에 대한 수사를 권고하자 여환섭(51ㆍ사법연수원 24기) 청주지검장을 단장으로 한 ‘김학의 수사단’을 출범시켰다. 검사 14명 등 30여명 규모의 수사단은 의혹제기 6년 만에 김 전 차관을 붙잡아 재판에 넘겼다. 윤씨도 구속영장이 한차례 기각되기도 했으나, 결국 구속됐다.

이런 과정을 거쳐 검찰은 윤씨에게 여성 A씨를 협박해 김 전 차관 등과 성관계를 맺게 하고 2006년 겨울부터 세 차례 A씨를 성폭행한 혐의, 부동산 개발사업비 명목으로 B씨에게 빌린 21억6,000여만원을 돌려주지 않은 혐의, 인허가 문제 해결 등을 이유로 여기 저기서 44억여원을 받아낸 혐의 등을 적용했다.

윤씨 측은 이 수사 자체가 “유력 인사들의 뇌물수수 혐의를 밝혀내기 위한다는 명목으로 윤씨 협조를 강박했을 뿐 아니라, 윤씨 구속을 위해 ‘신상털기’ 수준으로 진행된 심각하게 왜곡하고 편향된 수사”라면서 “성과를 내야 한다는 김학의수사단의 과욕”이라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기소된 9건의 혐의 중 6건은 개인들간의 거래에 대한 것으로, 거래 상대방이 고소하지도 않았는데 이들을 불러 왜곡된 진술을 유도했다”고 비판했다. 성폭행 부분에 대해서도 “공소시효가 만료됐고, 공소사실을 봐도 폭행이나 협박이 없었다”며 부인했다.

윤씨 측 변호인은 구속영장 실질심사 당시에 대해서도 문제 제기했다. 변호인은 “영장실질심사 당시 검사가 영장전담판사에게 ‘지난번 사법농단 사건 관련 압수수색 영장을 매우 적극적으로 발부해주셔서 감사하다’는 공치사를 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판사는 명재원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부장판사로, 그는 올해 초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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