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 소녀 코리 가우프(미국ㆍ313위)의 윔블던 동화는 끝이 났다. 하지만 여자프로테니스(WTA)는 새로운 스타 등장에 쾌재를 부르고 있다.
가우프와 시모나 할렙(28ㆍ루마니아ㆍ7위)의 윔블던 테니스대회 여자단식 16강이 열린 8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올잉글랜드클럽의 1번 코트. 게임의 승자는 가우프를 2-0(6-3 6-3)으로 간단히 제압한 전 세계랭킹 1위 할렙이었지만, 관중들의 박수갈채는 패자 가우프를 향했다.
가우프는 명실공히 이번 윔블던의 최고 스타다. 1회전에서 비너스 윌리엄스(39ㆍ미국ㆍ44위)를 제압하며 파란을 일으켰던 가우프는 2, 3회전에서 마그달레나 리바리코바(31ㆍ슬로바키아ㆍ139위)와 폴로냐 헤르초그(28ㆍ슬로베니아ㆍ60위)를 연달아 격파하며 1991년 제니퍼 카프리아티(미국) 이후 윔블던 여자단식 16강에 오른 최연소 선수가 됐다. 가우프는 특히 세레나 윌리엄스(38ㆍ미국ㆍ10위)을 잇는 스타에 목말랐던 WTA 팬들에겐 한 줄기 희망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BBC 중계를 통해 500만명 이상이 가우프와 헤르초그의 3회전 경기를 시청했을 정도다.
가우프는 이미 스폰서들 사이에서는 황금알을 낳는 스타로 소문나 있다. 경제전문매체 포브스와 비즈니스인사이더는 가우프가 스포츠용품업체 뉴발란스와 헤드, 파스타브랜드 바릴라 등과의 후원 계약을 통해 2019년 수입이 최소 100만달러(약 12억원)를 넘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가우프가 아직 WTA 타이틀이 없는 15세 선수라는 걸 고려하면 믿기지 않는 금액이다.
매니지먼트도 든든하다. 가우프는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38ㆍ스위스ㆍ3위)가 그의 에이전트 토니 고드식과 함께 설립한 매니지먼트 회사 ‘팀8(TEAM8)’에 소속돼 있다. 여자주니어 테니스 역사상 최연소 랭킹 1위에 올랐던 가우프의 스타성을 일찌감치 알아본 것이다. 페더러와 가우프를 비롯 선수 고객 5명만 관리하는 팀8은 가우프를 회사의 최우선 순위에 놓고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페더러가 WTA에 16세 미만 선수의 출전 규정 완화를 요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만 15살인 가우프는 16살이 되는 이듬해 3월까지 한 해 10개 이상의 프로 대회에 참가할 수 없어 그랜드슬램을 비롯한 중요 대회 예선을 선별해 출전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제 관건은 성장이다. 윔블던 16강이 단순히 이변이 아닌 실력임을 증명해야 한다. 다행히 전망은 밝다. 할렙은 16강전 이후 WTA와의 인터뷰에서 “가우프는 굉장히 좋은 선수가 될 잠재력을 갖고 있다”며 “12년 전 주니어 경기를 뛰었던 나에 비해 가우프는 벌써 윔블던 4회전에 진출했다. 이대로만 간다면 곧 톱10에 들 수 있을 것”이라고 극찬했다. 윔블던에서의 활약으로 세계랭킹도 300위권에서 130위 안으로 수직 상승할 예정이다.
가우프도 앞으로의 더 큰 활약을 다짐했다. 그는 “윔블던에서 많은 관중들과 압박감 속에서 어떻게 경기를 풀어나가야 하는지를 몸소 배웠다”며 “나는 싸움꾼이고,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앞으로 있을 토너먼트들과 US오픈에서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고 당차게 말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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