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료를 내지 않고 해외에서 지내다가 진료만 받으러 한국에 들어오는 ‘먹튀’ 국외체류자가 지난 3년간 23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에게 지급된 건강보험 급여액은 400억원이 넘었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일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2018년 3년간 건보료 납부 없이 건강보험 급여만 받아간 국외체류자는 22만8,481명이며, 이로 인해 지급된 건강보험 급여액은 약 419억9,9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법상 건강보험 가입자와 피부양자가 모두 국외에 체류하고 있는 경우 건보료의 납부를 면제하고, 국내에 입국하면 그 다음달부터 보험료를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부 국외체류자는 일시 귀국하여 보험급여를 받고 같은 달에 다시 출국해 버리면 건강보험을 이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보험료를 내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해 왔다.
정 의원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민건강보험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해외체류자가 국내에 입국해 보험급여를 받고 그 달에 다시 출국하는 경우 해당 월에 대한 보험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한편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건강보험에 가입한 후 고가의 진료를 받고 출국해 발생하는 또다른 ‘먹튀’를 예방하기 위한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개정안이 9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16일 시행된다.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외국인이 국내에서 건강보험 혜택을 받기 위한 최소 체류기간이 3개월에서 6개월로 늘어난 데 이어, 16일부터는 6개월 이상 머무를 경우 선택이 아닌 의무적으로 건강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직장에 다니는 외국인 직장 가입자를 제외한 외국인은 지역가입 여부를 자신의 필요에 따라 결정할 수 있었다.
소득 파악이 어려워 내국인에 비해 낮다는 비판을 받았던 지역가입자 보험료도 전년도 건강보험 가입자 평균보험료 이상을 부과하기로 해, 최소 11만3,050원 이상을 내야 한다. 건보료를 체납한 경우에는 체납한 보험료를 완납할 때까지 보험급여가 제한되므로 의료비 전액을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다만 외국인 유학생은 한시적으로 건강보험 의무가입 대상에서 제외되고, 2021년 3월부터 건강보험 지역가입자로 의무 가입된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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