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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트럼프 폄하는 유감이지만 주미대사 경질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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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트럼프 폄하는 유감이지만 주미대사 경질은 없다”

입력
2019.07.09 00:31
수정
2019.07.09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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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리실 “솔직한 의견 제공이 대사의 역할” 

킴 대럭 주미 영국대사. 워싱턴=AP 연합뉴스
킴 대럭 주미 영국대사.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행정부를 혹평한 킴 대럭 주(駐)미국 영국대사의 메모 유출 사태와 관련 영국 정부가 유감을 표명했다. 반면 대럭 대사를 경질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명확하게 선을 그으며 일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재국 지도자를 솔직하게 평가한 자국 대사를 섣불리 경질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7일(현지시간) dpa통신 등에 따르면, 영국 외무부는 일단 이번 메모가 유출된 경위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제러미 헌트 영국 외무장관은 "우리 외교 네트워크가 적절히 기능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솔직하게 의견을 교환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유출은 매우 우려스럽다"며 "어떻게 이 같은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내야 한다"고 했다.

전날 영국 데일리메일은 대럭 대사가 "백악관은 전례없이 망가졌다"며 "대통령은 불명예스럽게 임기를 끝낼 것"이라는 메모를 본국에 보고했다고 보도해 큰 파장이 일었다. 대럭 대사는 이 메모에서 "우리는 이 행정부가 더 정상화되고, 덜 무능하고, 덜 예측불가하고, 덜 분열되고, 외교적으로 덜 서투르게 될 수 있다고는 믿을 수 없다"고 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가짜뉴스'라고 비난하는 미국 보도들은 대부분 사실"이라는 등 노골적 표현으로 트럼프 행정부를 폄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저지 방문 후 워싱턴DC로 돌아오기 전 기자들과 만나 "그 대사는 영국을 위해 제대로 봉사한 적이 없다"며 "우리는 그 사람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나이절 패라지 브렉시트당 대표는 "대럭 대사는 직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서 완전히 부적절한 사람이며 얼른 그가 나가는 게 좋다"고 경질 필요성을 제기했다.

메모 유출 사건이 외교문제로 비화하자 영국 정부는 8일 이번 메모 유출 사건에 대해 유감을 공식 표명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이런 유출을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며, 트럼프 행정부와 접촉했다"면서 "물론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은 아주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다만 영국 총리실 대변인은 "대사의 업무라는 것은 솔직하고 있는 그대로의 의견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대럭 대사 경질론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헌트 장관도 "대사는 (주재국에 대해) 솔직한 평가를 할 권리가 있다"면서 "앞으로도 전 세계에 나가 있는 우리 외교관들은 계속해서 그렇게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를 대표해 파견된 대사가 주재국 지도자를 부정적으로 평가한 게 경질의 이유는 되지 못한다는 뜻이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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