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JF 모임’통해 경제보복 해법 찾기 나서… 10일 청와대 간담회 전 귀국할듯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8일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 조치와 관련해 일본 재계 관계자들을 잇따라 만나며 해결책 마련에 동분서주했다. 부친인 이건희 회장이 구축한 일본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현지 원로와 기업인들을 두루 만나 조언을 구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 반도체 소재를 수출하는 거래처 관계자들과는 수급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측은 전날 오후 늦게 일본에 입국한 이 부회장의 동선과 일정, 체류기간에 대해 일체 함구하고 있다. 이번 조치가 한일 외교 갈등으로 촉발됐지만, 이 부회장의 방문으로 돌파구 마련을 기대하는 시선에 부담을 느끼고 있어서다. 이 부회장도 일본 체류 기간 언론에 노출되지 않은 채 로키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일본 ANN TV에 따르면 7일 도쿄(東京) 하네다(羽田) 공항에 도착한 이 부회장은 일본 기자들이 수출 규제의 영향을 묻는 말에 “장마네요(梅雨ですね)”라고 짧게 일본어로 답했을 뿐이다. 말을 아끼기 위해 날씨를 언급하며 삼성전자에 미치는 영향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은 우선 이건희 회장 시절 일본의 부품 협력사 오너들과 만든 ‘이건희와 일본 친구들(LJF)’을 활용해, 일본 정부의 조치 이후 현지 상황을 듣고 삼성의 입장을 일본 정치권에 간접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인사는 “이 회장은 LJF를 통해 일본 인사들과 친분과 신뢰를 쌓으며 기술 협력을 진행해 왔다”며 “이 부회장 시절에도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정기 교류를 이어오는 만큼 이를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일본 기업에 대한 영향력이 큰 주요 은행 관계자들과도 만날 수 있다. 일본 주요 은행들이 국내 기업들에 빌려준 자금 규모가 18조원에 이르는 가운데, 일본 정부가 금융 분야를 한국 압박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어서다. 일각에선 일본 정부 관계자들과 만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가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는 데다 참의원 선거 기간이어서 가능성이 크지 않다. 대신 일각에선 아베 총리의 사돈인 우시오 지로 우시오전기 회장, 아베 총리의 친형이 사장인 미쓰비시 상사 인사 등을 만나리란 전망도 나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의 거래처 간부와 만나 일본 밖 공장에서 한국으로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소재 출하 등을 요청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이 부회장 행보는 이번 조치에 대한 업계의 위기감이 상당하다는 방증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를 만드는 데 필요한 부품 100개 가운데 98개를 갖추고 2개가 없다면 결국 반도체를 만들지 못하는 셈”이라며 소재와 부품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청와대와 정부가 이번 조치 발표 이후 삼성전자 측과 긴밀한 협의를 이어왔다는 점에서 이 부회장의 방문으로 돌파구 마련의 기대도 적지 않다.
이 부회장은 9일 중 귀국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과 30대 그룹 총수가 만나는 10일 청와대 간담회 참석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 상황에 따라 청와대의 양해를 구하고 더 머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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