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ㆍ달러 환율이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고 있다. 5~6월 미중 무역분쟁 격화와 진정에 따라 한 차례 급등락했던 환율은 이달 들어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라는 악재를 만나 급속히 치솟고 있다. 실물 경기가 하강곡선을 그리는 와중에 외환시장 불안도 심화하면서 국내 기업의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다.
8일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1.6원 상승한 달러당 1,182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해 8월10일(+11.7원) 이래 11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이날 급격한 원화 약세(환율 상승)는 달러화 강세에서 비롯했다. 지난 5일 발표된 미국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호조를 보이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이달 말 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대폭(0.5%포인트) 내릴 거란 전망이 약화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달러 강세가 진정된 오후에도 원화 가치 하락은 진정되지 않았다. 일본 수출 규제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데다가, 중국이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 대한 보복 움직임을 보이며 미중 무역협상을 둘러싼 비관론도 확산된 탓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래 줄곧 안정된 흐름을 보였던 원화 환율은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된 올해 4월 하순부터 대외 여건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원ㆍ달러 환율의 일간 평균 변동률은 1월 0.31%에서 3월 0.21%까지 낮아졌다가 4월 0.28%로 커졌고 5, 6월엔 각각 0.30%, 0.32%로 증가했다.
환율 수준도 부침을 거듭하고 있다. 4월 초 달러당 1,130원대에 머물던 원ㆍ달러 환율은 5월17일 1,195.7원을 찍으며 2년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6월 들어서는 주요20개국(G20) 회의에서 미중 정상이 ‘무역분쟁 휴전’에 합의하고 미국 연준이 금리 인하를 시사하면서 28일 환율은 1,154.7원까지 하락했다. 한 달 남짓한 사이 환율이 40원 넘게 움직인 것이다. 그러다 이달 들어서는 일본의 수출 제한 조치에 불안심리가 커지며 환율이 치솟고 있다. 이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해외 투자은행(IB) 가운데 씨티은행, 골드만삭스, 노무라 등은 원ㆍ달러 환율이 3개월 내 1,200원선을 돌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 경제의 높은 대외 의존도는 환율 급변동의 근본 조건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총 상품 수출량은 6,057억달러어치로 세계 5위에 해당한다. 이 가운데 대미ㆍ대중 수출 비율은 각각 10%와 4.5%였다. 양국 무역분쟁에 우리 경제가 몸살을 앓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환율 변동성은 이미 경기 둔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수출입 대금이 환율에 따라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면서 기업 운영에 추가 비용을 유발하는 탓이다. 내수시장 또한 유가 등 주요 품목 가격이 환율 변동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외환시장 변동성은 국내 경제의 불안요소가 금융시장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정부도 외환시장의 움직임을 거의 통제하지 못하고 있어 국내 경제주체들이 어쩔 수 없이 외환 위험 관리라는 추가 부담을 안게 됐다”고 지적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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