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경기 수원시청 1층 로비에서 화려한 조명과 음식이 어우러진 반바지 패션쇼가 열렸다. 런웨이에 선 이들은 유명 디자이너도, 모델도 아닌 경기 수원시청 소속 스포츠 선수와 공무원들이었다.
이날 패션쇼는 수원시가 직원들의 반바지 복장 정착을 독려하기 위해 마련했다. 수원시청 소속 조정·배구단 선수와 공무원 등 22명이 모델로 참여했다.
패션쇼는 무더운 여름철 품위를 잃지 않으면서도 시원한 복장으로 업무를 볼 수 있도록 정장과 근무복, 체육복, 단합대회 복장 등 4가지 유형의 스타일룩이 선보였다.
배 나온 과장부터 정장만 고집했던 팀장이 익숙치 않은 선그라스에 밀짚모자를 쓰고 나왔지만 인상을 찌푸리기 보다 오히려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날 패션쇼가 눈길을 끈 이유는 런웨이에 선 모델(?)이 젊은 직원들 위주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직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런웨이를 걷는 모델(?)이 나올 때마다 환호성을 지르고, 음악에 맞춰 박수를 치는 등 반바지 패션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 보였다.
런웨이에 선 이상균 언론담당관은 “30년이 넘게 공직생활을 했는데, 업무시간에 반바지를 입기는 이번이 처음인데 편하고 좋다”며 “이제는 공직사회도 복장의 혁신을 받아들여야 할 때라고 생각해 무대에 서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무대에는 염태영 수원시장과 조명자 수원시의회 의장도 반바지를 입고 카메오로 출연하기도 했다.
수원시 상징 수원청개구리 캐릭터 모자를 쓰고 나온 염 시장은 “반바지가 예의에 어긋나고 격이 떨어진다는 것은 고정관념”이라며 “반바지 착용을 통해 가장 보수적이라는 공직사회에 작은 변화가 확산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유롭게 형식을 파괴하고 효율을 추구하자는 의미도 있고, 반바지를 입는 거부감을 없애고 붐업을 위해 쇼를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염 시장은 지난해 여름부터 반바지를 입고 공식행사에 참여하거나 출근, 시청과 구청, 주민센터 등에 반바지 열풍을 선도했다. 이후 전국 10여개 지자체가 벤치마킹 하기도 했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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