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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교섭본부장 내주 미국 급파… ‘한일 갈등’ 중재 요청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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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교섭본부장 내주 미국 급파… ‘한일 갈등’ 중재 요청 통할까

입력
2019.07.09 04:4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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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명희, 미국 상무장관 면담 추진… 日의 수출규제 조치로 미국 이익도 침해 강조할 듯 

유명희(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외경제장관회의를 마치고 나오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유명희(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외경제장관회의를 마치고 나오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다음주 미국을 전격 방문하는 것은 미국과의 공조를 강화해 수출 규제에 나선 일본을 우회적으로 압박하기 위해서다. 미국은 수입 자동차 관세 부과 카드를 앞세워 일본에 농산물 시장 개방을 요구하는 무역협상을 벌이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일본의 대한(對韓)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가 향후 미국 기업들의 이익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는 점을 미국 측에 전달해 미일 무역협상에서 이 문제가 논의되도록 한다는 전략이다.

9일 산업부에 따르면 유 본부장은 다음주 예정된 미국 방문에서 기업과 정ㆍ관계 인사들과의 만남을 추진하고 있다. 유 본부장은 이 중에서도 미국 기업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과의 만남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부 관계자는 “미국 페이스북과 아마존, 애플, 구글 등은 삼성과 SK하이닉스로부터 D램 반도체의 대부분을 공급받고 있기 때문에 일본의 수출 규제는 이들 기업의 완제품 생산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우리나라가 세계 D램 반도체 생산의 70%를 책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의 제재 조치가 전세계 공급 체인에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미 상무부 측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 행정부가 자국 기업 보호를 명분으로 일본 정부 측에 우려를 표명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나라를 겨냥한 일본의 추가 수출 제한 조치를 미연에 막을 수 있다는 게 우리 정부의 계산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일본 정부는 반도체 소재 외에 추가적인 한국 수출 규제 품목을 100개 정도 뽑아 놓았다”며 “그중 10가지는 우리나라에 매우 치명적인 품목들”이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일본은 수출 규제 조치에 대한 우리 정부의 협의 요청을 노골적으로 무시하고 있다. 앞서 산업부는 지난 2일과 3일 이틀 연속으로 일본 측에 양자 협의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지만 답을 받지 못하다가, 최근에서야 "당장 만나기는 어렵지만 만날 의사는 있다”는 일본의 원론적인 수준의 답변을 받았다. 때문에 우리 정부는 미국을 중재자로 내세워 일본 측에 우리 정부의 입장을 강하게 전달한다는 방침이다. 한 통상 전문가는 “일본의 한국 수출 규제 조치가 미일 무역협상의 의제로까지 오르지는 않겠지만 미국 기업의 이익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양측의 논의 대상은 될 수 있다”며 “일본도 이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방어 논리를 밝혀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일본 조치의 부당성을 부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로스 상무장관이 올 11월 발표가 예정된 수입 자동차 관세 부과를 앞두고 대상국 후보에 올라 있는 국가의 통상 수장들과의 만남을 기피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어, 유 본부장과의 회동이 성사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 지난해 당시 백운규 산업부 장관과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의 자동차 관세부과 문제로 미국을 방문했지만 로스 상무장관과의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 유 본부장은 이번 방미 기간에 로스 상무장관 이외에도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을 만나 우리 측의 입장을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역설적이게도 우리 정부가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에 대한 맞대응으로 가장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세계무역기구(WTO) 분쟁해결기구(DSB) 제소’에 대한 한미 공동의 지지 목소리는 이번 방미 기간 중에 도출해 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 관계자는 “WTO 제소 절차에 가장 큰 반감을 갖고 있는 국가가 바로 미국”이라며 “WTO 제소는 한일 양국 간의 문제로 이번 방미 기간 중에 논의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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