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결식아동 무료식사 식당주인에게 달린 삐딱한 댓글.. “당신 건물주냐?”

알림

결식아동 무료식사 식당주인에게 달린 삐딱한 댓글.. “당신 건물주냐?”

입력
2019.07.08 16:18
0 0

“하루 10명 이상 와서 식사…더 빨리 시작 못해 마음 아려”

“왜 나누시는 분들이 사과해야 하는 세상인지…”

소방관과 결식아동들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하고 있는 서울 마포구 상수동 ‘진짜파스타’ 식구들. (왼쪽부터)직원 전미경ㆍ이민혁ㆍ김두범씨와 사장 오인태씨. 오씨는 “우리 직원들은 친구이자 투자자, 동반자”라며 “‘많이 벌어 많이 나누고, 적당히 가져가자’, ‘사람답게 살자’가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오인태씨 제공
소방관과 결식아동들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하고 있는 서울 마포구 상수동 ‘진짜파스타’ 식구들. (왼쪽부터)직원 전미경ㆍ이민혁ㆍ김두범씨와 사장 오인태씨. 오씨는 “우리 직원들은 친구이자 투자자, 동반자”라며 “‘많이 벌어 많이 나누고, 적당히 가져가자’, ‘사람답게 살자’가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오인태씨 제공

결식아동들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하는 서울 마포구 상수동 ‘진짜파스타’엔 지난 3일 한국일보 보도(“결식아동 꿈나무 카드 안 받아요” 상수동 착한 식당 화제) 이후 찾아오는 아이들이 많이 늘었다. 이곳 오인택(34) 사장은 8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 주말 하루 10명 이상의 아이들이 와서 식사를 하고 갔다”면서 “‘왜 더 빨리 시작하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어서 기쁘면서도 마음이 좀 아렸다”고 했다.

음식점 공식 트위터와 ‘결식아동 무료 식사제공’을 알리는 기사에는 칭찬하는 댓글이 대부분이지만 짓궂은 내용도 적지 않다. ‘돈이 많으냐‘ ‘건물 주인이냐’는 비아냥은 물론 ‘가게 홍보하려고 이벤트하는 거 아니냐’는 삐딱한 시선을 담은 댓글도 적지 않다.

그래도 오씨는 크게 괘념치 않는다. 오씨는 “건물주냐는 말에 웃음부터 났었는데, 사실 반 지하 월세 산다. 가게 운영하기가 쉽지 않다”면서도 “무료 식사 제공은 망하기 전까지 쭉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결식아동 돕기도) 홍보 맞다. 소방관에게 식음료 무료 제공, 생일 고객에게 위안부 할머니 후원 팔찌 제공, 소아백혈병 환자에 대한 헌혈증 기증자에게 파스타 제공 등 우리의 활동을 매번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홍보했다”면서 “이번 홍보는 ‘아이들이 방학하기 전에 알려져야 저희 매장에서 식사를 하고 남은 꿈나무 카드 잔액으로 식사를 또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에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씨는 결식아동에게 식사를 무료로 제공하는 것 외에 취미활동까지 지원해주는 일종의 공동체를 꿈꾸고 있다. 그는 “업종과 지역을 불문하고 뜻을 같이하고 싶다는 사장님들의 연락이 더러 있었다”면서 “현재 대전에서 도시락을 제공하겠다는 업체와 일산의 청소년 포켓볼장이 참여하기로 했고, 이런 사실을 우리 가게 트위터를 통해 계속 알릴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결식아동들에게 발급되는 ‘꿈나무 카드’를 내미는 것을 아이들이 부끄러워할 수 있다고 보고 꿈나무 카드를 대신하는 ‘VIP 카드’를 만들어 사용하도록 하는 등의 방법을 동참 업체들과 공유하고 있기도 하다.

오씨는 후원, 동참 문의 전화를 받으면서 신기한 경험을 했다고 한다. “문의를 해온 분들 대부분이 주부, 소상공인이었는데 다들 ‘여유가 많지 않아 이 정도밖에 못 한다’며 도리어 사과를 한다”는 것이다. “왜 나누시는 분들이 사과를 해야 하는 세상인지 이해는 되지 않죠. 많이 가지지 못한 사람들끼리 서로 더 챙기며 따뜻한 감정을 공유하는 게 가장 놀라웠어요.”

결식아동 돕기와는 별개로 가게 수익을 차곡차곡 모아 불이 붙지 않고 날카로운 물건에도 뚫리지 않는 장갑을 사서 소방관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오씨의 현재 목표다. 그는 “10만원짜리 장갑 100켤레를 사서 전달하고 나면 새로운 목표가 생길 것”이라고 계획을 전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