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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찔린 96억 건물 기부채납… 눈 뜨고 당한 농어촌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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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찔린 96억 건물 기부채납… 눈 뜨고 당한 농어촌公

입력
2019.07.08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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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어촌공사가 광주 광산구 농산물산지유통센터 사업부지 사용(20년) 대가로 농업회사법인 H사로부터 기부채납 받기로 한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센터 건물.
한국농어촌공사가 광주 광산구 농산물산지유통센터 사업부지 사용(20년) 대가로 농업회사법인 H사로부터 기부채납 받기로 한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센터 건물.

한국농어촌공사가 농산물산지유통센터(이하 센터) 민간투자사업을 하면서 사업부지 사용(20년) 대가로 센터를 운영하는 농업회사법인으로부터 기부채납을 받기로 한 96억원(탁상감정가)짜리 센터 건물을 못 받게 될 처지에 놓였다. 농업회사법인이 건물 공사비를 주지 않아 시공 건설회사에게 센터 건물을 가압류 당한 데다, 이 시공사의 모회사인 또 다른 건설사회에게도 대여금을 갚지 않아 법원으로부터 해당 건물에 대한 강제경매 개시결정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농어촌공사는 농업회사법인 대표의 아버지가 강제경매 개시결정을 받아낸 건설사 최대주주이고, 이 건설사가 최상위 지배기업으로서 농업회사법인과 시공사를 종속기업으로 거느리고 있는 점으로 미뤄 볼 때 해당 농업회사법인이 채무(기부채납) 면탈을 노리고 이런 일을 계획한 것으로 보고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8일 농어촌공사에 따르면 공사는 2007년 10월 농업회사법인 H사가 공사 소유의 광주 광산구 수완2저수지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농산물산지유통센터를 지어 20년간 운영한 뒤 해당 건물을 토지 지분율에 따라 기부채납하기로 H사와 협약을 맺었다. 또 H사는 2008년 건물 신축 시 국고 보조금(30억4,500만원)을 지원받은 데 따른 자산처분 제한기간(10년)이 만료되는 올해 3월 초 센터 건물에 대해 공사 측에 소유권이전청구권 가등기를 해주기로 했다.

그러나 가등기 설정을 6개월 앞둔 지난해 9월 5일 H사는 시공사인 H건설로부터 공사대금 미지급 등을 이유로 센터 건물에 89억원의 가압류를 당했다. 한 달 뒤인 10월 21일엔 H사의 모회사인 지역 중견건설업체 M사가 대여금(34억원) 상환을 요구하며 법원으로부터 센터 건물에 대한 강제경매 개시결정까지 받아냈다. 공사는 졸지에 센터 건물이 제3자에게 넘어가게 될 상황에 놓이자 같은 해 11월 20일 건물처분금지 가처분등기를 했다. 공사는 이후 올해 2월부터 수 차례 걸쳐 H사를 상대로 센터에 설정된 가압류를 풀고 강재경매 개시결정 원인을 해소한 뒤 가등기를 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H사는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공사는 센터 건물에 대한 강제경매 개시결정과 부동산 가압류 설정 등이 H사 등에 의해 잘 짜여진 각본에 따른 것이라는 의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게 H건설이 공사대금(채권) 소멸시효 3년이 지난 뒤 공사대금 지급을 요구하며 센터 건물에 대한 가압류를 신청했는데도, H사는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며 가압류에 대한 이의신청도 하지 않았다. 이에 법원이 가압류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채권 소멸시효는 중단됐고, H사는 다시 채무변제 의무를 갖게 됐다. H사가 가압류 집행을 자초한 셈이다.

H사와 H건설, M사가 서로 특수관계로 얽혀 있는 것도 채무면탈 의혹을 키우고 있다. 실제 H사는 최상위 지배기업인 M사의 종속기업으로 편입돼 있다. M사는 또 다른 종속기업 D사를 통해 H사 지분 50.45%를 확보하고 있다. H건설도 M사의 종속기업으로, M사가 지분 100%를 갖고 있다.

특히 M사의 지분 50.11%를 소유한 최대주주가 H사 대표의 아버지 H씨로, 그는 H사의 지분도 37.56%나 보유하고 있다. 또 H사 1대 주주인 D사의 지분 59.3%도 H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M사가 소유하고 있다. H사 등이 오너인 H씨 중심의 1인 지배체제에 편입돼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H사 등이 H씨의 개인 회사 성격이 짙다는 지적이 나온다. 종속기업 및 관계기업 전반에 걸친 의사결정도 H씨 개인의 영향력이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공사는 또 H사가 센터 지상 1~3층과 농업경영 목적으로 매수한 센터 인근 농지를 이용해 수년 간 임대업을 하다가 지난해 하반기 농지를 M사에 팔아 넘긴 데 대해서도 채무면탈 의혹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H사가 기부채납 면탈로 인해 예상되는 공사 측의 부동산 가압류 등기와 손해배상청구소송 등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자산인 농지 등을 빼돌린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며 “실제 H사와 H건설, M사간 이뤄진 부동산 및 대여금 권리관계도 실체가 있는 것인지 의혹이 들어 조만간 H사 등을 상대로 형사 고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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