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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유입? 전문가들 “굳이 비싼 에칭가스로 우라늄 농축하겠나”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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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유입? 전문가들 “굳이 비싼 에칭가스로 우라늄 농축하겠나” 반박

입력
2019.07.09 04:4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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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학무기엔 저순도 불화수소 써… 반도체사 주문ㆍ입고량 철저 관리 

독성물질. 게티이미지뱅크
독성물질. 게티이미지뱅크

일본 정치권 일각에서 에칭가스 등의 수출 규제 이유로 ‘북한 유입설’을 꺼내 들었지만, 국내 전문가들은 이를 “부풀려진 억지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집권 여당 자민당의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간사장 대행은 지난 5일 “특정 시기에 에칭 가스 관련 대량 발주가 들어왔는데, 이후 한국 기업에서 행방을 알 수 없게 됐다”며 “독가스나 화학무기 생산에 사용될 수 있는 에칭가스의 행선지가 북한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에칭가스는 순도가 99.999%인 고순도 불화수소를 일컫는다. 반도체 제조 공정 중 웨이퍼를 깎는 ‘식각(에칭)’에 쓰여 에칭가스라 부른다. 식각한 뒤 남은 찌꺼기를 제거하는 세정 용도로도 사용된다. 현재 에칭가스는 스텔라케미파, 모리타화학공업 등 일본 업체가 전 세계 수요의 90% 이상을 생산하고 있다.

그런데 국내 전문가들은 북한까지 거론하고 나선 일본의 수출규제 명분 찾기를 두고 “억지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불화수소가 화학무기 제조 등에 쓰이는 건 맞지만, 이 때 꼭 고순도의 값비싼 에칭가스를 사용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수소와 불소 원자가 하나씩 붙어 있는 불화수소는 물과 잘 섞인다. 때문에 사람이 가스 형태로 흡입하면 불화수소는 몸 안의 기관지와 폐에 있는 수분과 만나 독성물질인 불산으로 변한다. 폐 등에서 염증이 나타나고 심할 경우 호흡곤란으로 사망할 수 있다. 불산에서 나온 불소 이온은 몸 안의 칼슘 이온과 결합해 체내 칼슘 농도도 낮춘다. 몸 속의 생체신호를 전달하는데 핵심 역할을 하는 칼슘 이온 상태에 이상이 발생하고, 그로 인해 여러 신경계가 손상된다.

불화수소는 핵무기의 핵심인 고농축 우라늄을 만드는데도 쓰인다. 우라늄 광석을 불화수소로 녹이면 우라늄이 육불화우라늄(UF6) 형태로 변한다. 우라늄(U)에 불소(F)원자가 6개 붙어있는 화합물이다. UF6을 원심분리기에 넣어 돌리면 고농축 우라늄을 얻을 수 있다. 자연 속에 있는 천연 우라늄은 원자핵분열을 할 수 있는 우라늄235 비중이 약 0.7%에 불과하다. 핵무기로 쓰려면 우라늄 235 비율이 95% 이상 돼야 하는데, 이때 불화수소가 사용된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과거부터 독가스를 제조하거나 우라늄을 농축할 때 저순도 불화수소(순도 97% 안팎)를 사용해왔다”며 “굳이 비싸고 구하기도 힘든 고농도 불화수소(에칭가스)를 쓸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일본 일부 정치인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사실을 부풀렸다는 얘기다.

안진호 한양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국내에 있는 반도체 제조사들이 주문량과 입고량을 철저히 관리하고 있어 에칭가스가 북한으로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도 없다”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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