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 8일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윤 후보자 ‘호위무사’로 나섰다. 시작부터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청문위원 자격을 문제 삼으면서 이날 청문회의 초점을 윤 후보자가 아닌 이른바 황교안 청문회로 끌고 가려는 모습을 보인 박 의원은 윤 후보자에 대해선 “꼭 검찰총장이 돼야 한다”고 치켜세웠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보다 오히려 야당 소속인 박 의원의 활약이 돋보였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박 의원이 윤 후보자를 적극적으로 엄호한 배경은 2013년 10월에 이뤄졌던 두 사람의 만남 때문으로 보인다. 당시 수원지검 여주지청장이었던 윤 후보자는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을 수사하며 검찰 지휘부에 항명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증인 신분으로 국회 국정감사장에 출석, 박 의원과 만났다. 박 의원은 이때 윤 후보자에게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 방해 받은 적 있냐”고 질문했고, 윤 후보자는 “이렇게 된 마당에 사실대로 다 말씀 드리겠다”며 “수사 초기부터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해 관심을 모았다.
박 의원은 이날 자신의 질의 차례에서 해당 대목이 담긴 영상을 틀고는 “윤 후보자의 저러한 정의로운 발언이 결국 촛불혁명을 가져왔고 오늘의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켰다"고 치켜세웠다. 박 의원은 또 “저런 기백으로 검찰을 이끌 수 있기 때문에 윤 후보자가 꼭 검찰총장이 돼서 부당한 지시를 절대 받지 않고 검찰의 길을 갈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박 의원은 지난해 10월 열린 서울고검ㆍ중앙지점 국정감사에 아내의 삼우제로 인해 참석하지 못했을 때에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윤 후보자와의 소회가 담긴 글을 올린 바 있다. 박 의원은 해당 글에서 2013년 국정감사를 언급하면서 “윤 검사장의 이 역사적인 한 마디가 촛불혁명의 불씨 중 하나가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촛불혁명 검사’이자 박근혜 정권을 탄핵시킨 최고의 역사적 검사’라고 평가했다. 윤 후보자는 다른 날 열린 국정감사에서 박 의원을 향해 “50년 가까이 해로한 아내를 떠나 보낸 박 의원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조의를 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박 의원은 앞서 윤 후보자의 발탁 소식이 알려지자 “검찰 개혁ㆍ검경 수사권 조정에 있어 믿고 추천할 후보”라면서 “윤 후보자의 수사 및 개혁 능력을 높이 평가한 것이지 코드인사가 아니다”라고 감싼 바 있다. 또 윤 후보자에게 제기됐던 각종 의혹에 대해서도 ‘증거가 없다’고 선을 그었던 박 의원은 이날 청문회에서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황교안 한국당 대표의 수사 외압 논란을 언급하면서 청문회를 ‘황교안 청문회’로 끌고 갔다.
박 의원은 “윤 후보자는 당시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의 수사 외압 의혹과 함께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이 개입했다는 사실을 증언했다”며 “윤 후보자는 지금 생각에 변함이 없느냐”고 물었다. 앞서 윤 후보자는 2013년 국정감사 당시 수사 외압과 관련해 “황교안 장관도 무관하지 않다”고 밝히기도 했다. 박 의원은 윤 후보자가 ‘(변함)없다’고 대답하자 “조영곤 전 서울중앙지검장과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은 국민 앞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의원은 이날 청문회가 시작하자마자 한국당 청문위원의 ‘자격’을 문제 삼으며 공격의 포문을 열기도 했다. 여상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비롯해 한국당 법사위원들 다수가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 대치 국면에서 고소ㆍ고발당한 사실을 지적한 것이다. 박 의원은 “제가 보해저축은행 건으로 검찰이 기소해 재판 받을 때 국정감사나 법사위에 나오면 지금 한국당 의원들이 제척돼야 한다고 했다”며 “이것은 과거에는 나쁘고 지금은 괜찮은 건가. 어떤 의미에서 보면 해당 의원들의 기소 여부 결정권을 가진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다. 과연 적절한가”라고 말했다. 장제원 한국당 의원은 이에 대해 ‘모욕적 언사’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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