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중일전쟁 당시 독가스를 사용했음을 보여주는 당시 보고서가 처음 발견됐다. 역사 연구가인 마쓰노 세이야(松野誠也) 씨가 입수한 1939년 당시 쓰인 ‘전투상보(戰鬪詳報)’에 따르면, 일본 육군 독가스전 부대는 중국 북부지역 전투에서 피부와 점막을 짓무르게 하는 ‘미란제(靡爛劑)’와 호흡기에 격심한 고통을 주는 ‘재채기제’가 들어간 독가스탄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일본 교도통신이 8일 보도했다.
전투상보는 중국 북부에 전개한 기타시나(北支那)방면군 소속 독가스전 부대인 ‘박격제5대대’가 작성한 것으로 1939년 7월 산시(山西)성 산악지대에서 실시한 작전 상황이 담겨있다. 100장 분량의 이 자료에는 특히 독가스탄 사용 명령 사본을 포함한 포탄 사용 현황도 포함돼 있다.
해당 부대는 상급 부대의 명령을 받아 미란제가 들어간 포탄과 재채기탄이 들어간 탄의 사용 방침을 결정하고 7월 6일 전투에서 일본군 보병에게 기관총으로 대응하는 중국군 진지를 향해 재채기탄이 들어간 탄 31발을 쐈다. 같은 달 18~19일에는 보병을 지원한다며 2종류를 포함해 총 88발, 160발을 각각 사용했다. 독가스 무기의 효력에 대해서도 이 보고서는 “효과가 매우 큼”이라고 평가해 두었다.
독가스 사용은 중일전쟁 이전부터 일본도 비준한 ‘헤이그 육전(陸戰) 조약’ 등에 근거해 금지된 상태였다. 2차 대전 패전을 전후해 일본은 민감한 기록들을 조직적으로 폐기해왔다. 따라서 일본군의 독가스 사용을 증명하는 기록물 발견은 사료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마쓰노 씨는 “중일전쟁 시 실태가 알려진 것은 빙산의 일각”이라며 “사실을 규명하고 거기에서 교훈을 배워 비참한 역사를 반복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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