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 분쟁의 핵심에 위치해 있었던 중국 통신기업 화웨이 직원 수천 명의 이력서를 분석한 결과 화웨이와 중국 인민해방군 및 정보기관 사이 연관성이 깊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크리스토퍼 볼딩 베트남 풀브라이트 대학 교수와 영국 싱크탱크 헨리 잭슨 소사이어티의 연구원들은 화웨이 직원들의 유출된 이력서를 대대적으로 조사해 이러한 결과를 얻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화웨이 직원이면서 동시에 중국군 관련 기관에 고용된 사람이 있었다”라며 “해킹과 통신 감시 분야에서 일했거나 중국 국가안보부와 관련됐던 화웨이 직원들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볼딩 교수는 “국가안보부의 화웨이 ‘대표’라며 화웨이 장비에 합법적 차단 기능을 만드는 일을 한다고 자신을 소개한 사람도 있었다”고 덧붙이면서 “화웨이와 중국군 기관 사이 연결 관계는 매우 명확하게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중국 군 기술 전문가인 엘사 카니아는 “이러한 패턴은 화웨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라며 “첨단 기술 기업들이 군사대학 출신이나 군 관련 연구에서 경험을 쌓은 인력들을 고용하는 것은 일상적이다”고 FT에 말했다.
화웨이는 그간 인민해방군 통신장교 출신인 런정페이(任正非) 회장이 중국 정부와 유착됐다는 의혹에 시달려 왔고, 미국 정부는 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여 제재를 가한 상태다. 지난달 27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화웨이 재직자들의 이름과 소속이 명기된 중국 인민해방군의 연구 보고서가 드러났다. 2006년부터 현재까지 발간된 중국군 논문 중 인공지능(AI), 무선통신 등 분야 보고서에 화웨이 직원들이 공동 저자로 참여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당시 블룸버그는 “직원들의 인민해방군 프로젝트 참여는 화웨이가 잠재적으로 중국의 군사ㆍ안보에 깊숙이 개입했음을 나타내는 증거가 될 수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이번 연구에 사용된 직원 이력서 데이터베이스가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연구팀의 조사결과는 아직 검증할 수 없는 상태다. 화웨이 측은 “투명성에 대한 전문적이고 사실에 근거한 조사를 환영한다”고 말했지만 “향후 조사에서는 더 적은 추측을 포함한 결론이 나오기를 바란다”고 각을 세웠다. 이른바 ‘화웨이 직원 이력서’를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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